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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체육회… 이기흥 직무정지에도 3선 출마 승인

입력 | 2024-11-13 03:00:00

공정위원 전원 李회장이 임명… 내년 회장 선거 도전할 길 열어줘
문체부 “자정능력 기대 어려워… 별도 심의기구 구성 등 조치 검토”
李, 직무정지 중단 가처분 신청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의 3선 출마를 12일 승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정 채용에 따른 업무방해,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지 하루 만이다.

스포츠공정위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 연임 안건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회장을 포함한 대한체육회 임원의 연임은 한 차례만 가능한데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두 차례 이상 연임(3선 이상)도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016년에 4년 임기인 대한체육회장에 처음 당선됐고 2021년 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날 이 회장의 3선 연임 안건을 통과시킨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그동안 위원들 구성을 두고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김병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5명 전부를 이 회장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 자신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들에게 자기 임기 연장 심사를 받는 건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라면서 지난달 대한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자신이 임명한 위원들 승인으로 내년 1월 14일 있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69),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75),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63),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55), 안상수 전 인천시장(78),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42)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스포츠공정위 전체 회의 참석자 중 이 회장 연임에 반대한 위원은 한두 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공정위는 재적 인원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 인원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이날 스포츠공정위 전체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이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스포츠공정위원을 지낸 A 씨는 “김병철 위원장은 답을 정해 놓고 회의를 끌고 가는 스타일이다. 본인이 정해 놓은 답에 이견이 나오면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여 회의를 끌고 가서 관철시킨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유급으로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맡았고 2019년 5월부터 스포츠공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체부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면서 “대한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체육단체 임원 연임에 관한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는 등 행정·재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 체육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이 회장은 법원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거나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든 정부와 싸우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이 회장은 이날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문체부가 자신에게 내린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직무정지 효력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10일 알렸고, 이에 따라 문체부는 11일 이 회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