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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부엌으로 가” 트럼프 당선 후 美서 여성 혐오 표현 폭증

입력 | 2024-11-13 15:08:00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의 산탄데르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4일부터 6일까지 X(옛 트위터), 틱톡, 페이스북, 레딧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 혐오 표현의 언급 빈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ISD는 특히 X에서 ‘너의 몸은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과 ‘부엌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라는 표현이 언급된 횟수가 460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도 1주일 전에 비해 663% 증가했다고 전했다.

‘너의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부엌으로 돌아가’는 여성에 대한 성 차별적 고정관념을 담은 표현이다.

ISD는 극우·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정치 평론가인 닉 푸엔테스가 대선 당일인 지난 5일 X에 “너의 몸은 나의 선택. 영원히”라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푸엔테스의 해당 게시글은 921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극우 성향의 정치 평론가 존 밀러가 지난 6일 X에 “여성들이 성(性)파업을 위협한다”고 적은 게시글도 8563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일각에서 여성들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추구하는 ‘4B 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가 실시간 인기 키워드를 알려주는 ‘트렌딩’에 올랐다. 틱톡에선 여성 이용자들의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들이 무더기로 달린 사례도 잇따랐다.

ISD는 ‘너의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가 특히 학교에 많이 퍼졌다며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온라인 소셜 미디어(SNS)에 업로드한 사례를 공유했다. 한 학부모는 페이스북에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며 “남학생이 딸에게 ‘오늘 밤은 한쪽 눈을 뜨고 자야 할 것’이라고 성희롱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ISD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하며 더욱 대담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현 동아닷컴 기자 tmd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