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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주총서 경영권 분쟁 결판

입력 | 2024-11-14 03:00:00

최윤범 회장 2.5조 증자 없던 일로
“시장 혼란 사과… 의장 내려놓겠다”
영풍 “유상증자 진행되지 말았어야
신규 이사 선임해 이사회 정상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13일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유상증자 발표 후 일어난 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연 뒤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등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달 30일 발행 주식의 약 20%인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쓰인 차입금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게 맞느냐는 시장의 강한 비판이 일었고, 발표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29.94% 폭락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이달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철회 결정 발표 직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상증자 추진 당시 회사와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으로 초래된 시장 혼란과 주주의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해외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최대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39.83%다.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5.4%로 추산된다.

한편 영풍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상증자는 애당초 진행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임시 주총을 통해 신규 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유명무실한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고려아연에 새롭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영풍 측은 현재 법원에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