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출시 스마트폰 두뇌 업그레이드 “급여 3배” 내걸고 공격적 인재 영입 트럼프發 통제 예고 속 기술력 강화
중국이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기술 통제가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 공정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달 초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테크 등에 따르면 이달 출시가 예정된 화웨이의 차기 스마트폰 ‘메이트 70’ 시리즈에는 6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된 자체 개발 AP ‘기린 9100’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핀셋’ 제재로 화웨이는 첨단 나노 공정이 필요한 외부 칩을 장착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에 7nm 공정으로 자체 개발한 ‘기린 9000s’를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다만 대규모 양산까지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최첨단 장비 중국 수출이 제한되고 있어 화웨이와 SMIC는 칩 제작에 수율(정상 제품 비율)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5nm 이하 첨단 공정을 위해 최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엔지니어에게 현 급여의 3배에 달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강력해질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도 변수다. 최근 TSMC는 모든 중국 고객사에 7nm 이하 공정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의 요구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TSMC가 ‘눈치 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13일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대만이 미국과 장단을 맞춰 중국에 장벽을 설치한다면 대만 기업의 이익과 산업 발전을 해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중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중국은 자국 기업에 자국 반도체 구매를 압박하고 있어 중국의 산업 혁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미세 공정반도체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 단위로 반도체 회로 선폭을 구성하는 공정.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될수록 고용량, 고성능, 고효율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 10억분의 1m 수준인 나노미터 단위까지 미세화됐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