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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때 젓가락 길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고 뭉뚝하고 일본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이가 짧고 뾰족하다고 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손으로 반찬을 만들어 따로따로 담아 먹는 우리나라의 밥상 문화에 비해 웍(wok)에서 요리하는 중국 음식은 양이 적지 않고 풍요로운 면이 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지리농경학적인 이유도 있다. 원형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돌려 가면서 원하는 요리를 덜어서 먹는 중국 특유의 문화는 이런 풍요로움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음식 역사와 문화 때문에 한중일 3국의 숟가락과 젓가락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 음식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밥이나 국을 떠먹는 숟가락은 없고 탕을 떠먹는 손잡이가 작은 숟가락을 쓴다. 젓가락은 원탁에 올려진 요리를 덜어 가져와야 하기에 크고 끝도 뭉뚝하다. 일본 음식 문화는 효율성을 중시한다. 사람들의 동선을 줄이려고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숟가락은 거의 쓰지 않고 짧은 젓가락을 쓰는 식으로 식사법이 진화했다. 우리나라 밥상 문화에서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밥그릇을 내려놓고 먹기에 일본보다 젓가락은 조금 길고 중국 것보다 짧아지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 젓가락은 단순히 반찬과 음식을 집어 먹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 반찬의 다양성 때문에 젓가락으로 고르고, 뒤집고, 바르고, 가르고 심지어는 자르는 등 중국와 일본에서는 할 일이 없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기술이 세계에서 뛰어난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젓가락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