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표 교수는 “불교 경전이 평생을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보니 성경, 코란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전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니까야, 아함경을 편역한 ‘불경’을 통해 붓다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2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만난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71·철학)는 16년이나 걸려 최초의 한글 불경인 ‘불경(佛經·SUTTA)’을 출간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불경’은 수많은 불교 경전 중 붓다가 직접 설법한 가르침이 담긴 ‘니까야’와 ‘아함경’을 한글로 편역한 것. 그는 “대부분 종교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전을 갖고 있는데, 불교는 불경 없이 불상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명상 중인 이중표 교수. 그는 “불교 경전이 평생을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보니 성경, 코란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전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니까야, 아함경을 편역한 ‘불경’을 통해 붓다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 모든 것을 모두 모은 것이 팔만대장경이라고요.
“앞서 말한 그 모든 것, 심지어 중국에서 만들어진 관련 문헌까지 집대성한 게 바로 팔만대장경이지요. 그러다 보니 서로 중복된 것이 너무 많고, 같은 내용을 다르게 해석한 것도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평생을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입니다. 그걸 사람들, 특히 일반 신자들이 읽는 경전으로 삼을 수는 없지요.”
―많은 경전 중에 ‘니까야’와 ‘아함경’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붓다는 제자들에게 항상 ‘가르침(法)을 등불과 귀의처로 삼을 뿐,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붓다 사후 그의 가르침은 제자들에 의해 구전되다가 후세에 기록됐지요. 그런데 불교 교단이 분열하면서 남방에서 팔리어로 기록된 것은 니까야, 북부에서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것이 한자로 번역돼 남겨진 것을 아함경이라고 불렀습니다. 문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내용은 거의 같지요. 붓다 열반 이후 만들어진 대승 경전은 붓다의 직접적인 가르침이 아니기에 모두에게 공통의 불경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지요.”
명상 중인 이중표 교수. 그는 “불교 경전이 평생을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보니 성경, 코란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전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니까야, 아함경을 편역한 ‘불경’을 통해 붓다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불교는 선종 영향으로 깨달음을 강조하는 면이 더 많은데요.
“한국불교가 당나라 때 선승인 육조 혜능의 법을 잇다 보니 깨달음의 신비적인 모습만 너무 주목받은 면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경전 공부는 선을 하기 위한 일종의 전 단계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요. 더욱이 우리 불교가 대승불교라 아함경은 소승불교라고 공부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저는 공부 없이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요. 육조 혜능도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 그런 부분은 잘 언급되지 않는 게 안타깝지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자 경전을 읊는다고 무슨 수행이 되겠습니까.”
―올 1월 다시 출가했습니다.
“19살 때 출가했는데, 불교를 학문적으로 더 공부하고 싶어서 20대 후반에 환속했지요. 절에 있으면 공부만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이번에 책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이 ‘불경’을 활용한 법회를 열고, 신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여러 일을 할 계획인데, 승려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해 다시 출가하고 ‘중각’이란 법명을 받았습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거죠. 하하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