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정부효율부 수장에 기업인 2명 “428개인 연방기관, 99개면 충분”… 트럼프 “우리 시대 맨해튼 프로젝트” 라마스와미 “공무원 75% 해고해야” NYT “테슬라 감시해야할 기관을 머스크가 감시하게 됐다” 꼬집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뉴욕=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 시간) 미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을 담당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에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3)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일찌감치 사퇴했던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39)를 발탁했다. 두 기업인에게 연 예산 6조7500억 달러(약 9450조 원), 재직 인원 200만 명인 ‘공룡 조직’ 연방정부의 몸집 줄이기, 효율화, 규제 완화 등을 맡긴 것이다. 유명 기업인 출신이 미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 캠페인에 최소 1억1900만 달러를 기부했고 공화당 지지 서명 유권자에게 100달러의 현금을 뿌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최고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당시 7500명이던 직원을 2000명으로 줄이고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생명공학기업 ‘로이반트사이언스’의 창업자인 라마스와미는 대선 경선 사퇴 뒤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그 역시 2018년 직원의 약 10%를 해고했다. 두 사람이 이런 경험을 DOGE 업무에도 반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지지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대표도 X에 “DOGE는 연방정부에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례 없는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정부에 도입할 것”이라며 “이 작업은 미 독립 250주년인 2026년 7월 4일 전까지 마무리될 것이고, ‘작은 정부’가 독립 250년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머스크 역시 강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그는 X에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 99개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세금을 가장 어리석게 사용한 공무원에 대한 순위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의 발탁을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관료주의’에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용설이 돌던 지난달 27일에도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 원)의 연방정부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올 1월 16일 뉴햄프셔주 앳킨슨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사퇴한 후 자신을 지지한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와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앳킨슨=AP 뉴시스
● 머스크, 트럼프 2기 내각에 강한 입김
머스크는 ‘화성을 정복하자’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전기차(테슬라), 우주선(스페이스X), 소셜미디어(X), 인공지능(xAI), 뇌신경(뉴럴링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보유했다. 정부 정책과 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정부에서 활동하며 관련 정책과 규제를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의 기용 자체가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이스X는 최근 10년간 100억 달러 이상의 정부 계약을 수주했고 테슬라 등 다른 회사도 최소 20건 이상의 정부 조사 및 소송과 얽혀 있다”며 자신의 회사를 감시하는 기관을 머스크가 감시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