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뒤바뀐 트럼프-바이든, 모두발언 29초-2시간 대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 4년 전 떠날 때 발언 현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2021년 1월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서랍에 두 페이지짜리 편지를 넣었다. 특유의 울퉁불퉁한 필체가 담긴 ‘손편지’였다. 퇴임을 하루 앞두고 권력을 넘겨받게 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미국에선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편지를 써 이 책상에 놓는 게 전통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백악관을 떠나며 대통령 자격으로 한 마지막 공식적인 일이었다. 그는 후임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20일 취임 선서를 하기 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올라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을 떠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로 갔다. 1869년 이래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을 건너뛴 것은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지위가 뒤바뀐 트럼프 당선인이 13일 오전 다시 백악관에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한때 경쟁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공산주의자” “정신 나간 노인네” 등으로 불렀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을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이라는 미 민주주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마주 앉아 두 시간 동안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확정 직후 전화 통화를 한 뒤 “제 행정부 전체가 트럼프팀과 협력하도록 지시하겠다고 그에게 약속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라고 친근히 이름을 부르며 환대에 감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치는 힘들지만(politics is tough)”, “오늘은 좋은 세상(it’s “a nice world today)” 등으로 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대한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4년 만의 재회는 ‘환대’로 포장됐지만 두 사람 간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종종 집무실은 물론 관저 등에서 전임자였던 트럼프 당선인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 짜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재임 기간 백악관 관저에 설치한 5만 달러(약 7000만 원)짜리 골프 시뮬레이터를 보고 한 방문객에게 “이 망할 놈의 멍청이(What an a**hole)”라고 말한 일화도 있다.
2021년 1월 20일(현지 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연 자체 퇴임 환송식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AP 뉴시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플로리다 자택으로 돌아갈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환송식’을 열었다. CNN은 “환송식에 참석할 인사들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지자 300여 명만 모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We will be back in some form)”이라며 “그러니 잘 지내고 계시라. 곧 뵙겠다”라고 인사했다. 4년 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