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 40~43번 문항의 지문에 제시된 인터넷 주소가 한때 윤석열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를 안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인터넷 주소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경위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전국 수험생이 치르는 대입 문제지에 나온 인터넷 주소가 정권 퇴진 집회 사이트 주소였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문항은 온라인 실시간 방송에서 ‘플러그와 콘센트’와 관련해 출연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이에 대한 학생의 소감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국어영역 시험지는 오전 10시 56분에 공개됐다.
취재팀이 해당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집회 일정을 알리는 저 문구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었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집회 직후 조국혁신당 등 야 5당과 시민단체의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취재팀에 해당 링크를 등록한 이를 찾아본 결과 등록인은 ‘배서연’, 등록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본관’이라고 돼있었다.
해당 주소는 청와대 본관을 가리리키는 것으로 지난 정부까지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었던 곳이다.
집회를 안내하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접속이 차단돼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논란이 커진 뒤 정부에서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보인다.
출제 과정에 참여한 누군가 일부러 미리 해당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링크를 지문에 넣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주소를 지문에 넣었는데 수능 당일 이를 본 누군가가 사후에 해당 주소를 손에 넣어 반정부 집회 홈페이지를 만들었는지는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후 “해당 사이트는 출제과정에서 임의로 만든 가상의 사이트로서 집회 안내 내용과 전혀 무관하다”며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의 출제 문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육적인 목적으로 대외 공개한 출제문항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임의 사용한 것에 대해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