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27지구 제111시험장인 대전 만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시작 전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11.14/뉴스1
14일 교육계에는 변별력의 핵심인 수학 영역이 특히 쉽게 나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능보다 확실히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종로학원은 고교 재학생과 대학생 등에게 수학 영역 공통과목과 미적분 문제를 풀게 한 결과 100점 만점인 원점수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평균 5.7점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국어와 영어 영역도 전체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등급 구간대에 동점자가 많아 국어와 수학을 다 맞아도 상위권 의대 합격을 장담 못 할 수 있다”며 “출제 경향이 N수생이 많은 상황과 ‘미스매칭’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불수능’ 논란을 피하려다보니 지나치게 쉬워졌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은 현 통합형 수능이 치러진 2022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시 ‘다군’ 등 눈치싸움 치열… “재학생, 수시 적극 응해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특징은 의대 증원 등을 노리고 도전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보다 수능 난도가 낮아지며 최상위권은 물론 중상위권에서까지 변별력에 ‘빨간 불’이 켜져 정시모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N수생은 대체로 재학생보다 수능에 강하기 때문에 정시에 강점을 보인다. 여기에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 정시 선발 인원 조정까지 이뤄질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험생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역대 최다 N수생…“재학생은 수시 적극 고려해야”
수능 이후 대입 전략을 세우려면 먼저 ‘수능 가채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6일에 발표되는 만큼 가채점을 토대로 본인의 예상 표준점수와 등급을 산출한 뒤 16일부터 본격화되는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수능 난도가 지난해보다 낮았기 때문에 수능 가채점 결과 수능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면 이미 지원한 수시모집 대학의 대학별고사 준비에 집중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대학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수능 가채점 결과가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수능 성적이 평소보다 잘 나왔다면 수시와 정시 중 선택이 필요하다. 수시 전형에 합격하면 정시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시 전형은 수시 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이후인 다음 달 31일부터 시작된다.
● “최상위권 변별력 부족”…막판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
대부분의 의대는 정시모집 때 수능 성적 100%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런데 올해 최상위권의 당락을 가를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의대에 합격하려면 국어 수학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과학탐구 영역에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대 지원이 늘어난 것은 자연계열 입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의대에 지원하거나 치대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쇄 작용으로 공대와 자연대의 합격 커트라인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문과 수험생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유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2학년도 통합 수능 시행 이후 이과생이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하며 합격 대학 수준을 올리는 이른바 ‘문과 침공’ 문제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올해 입시에선 의대 증원의 여파로 상위권 이과생들의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문과 교차지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을 요구하는 것도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의료계는 휴학 중인 의대생이 돌아올 경우 수업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국회와 정부에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거나, 정시 서류 전형의 합격자 배수를 3배수에서 1.5배수 내외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년보다 대폭 늘어난 대학의 무전공 선발(전공 자율선택제)도 입시 전략을 세울 때 변수가 될 수 있다. 무전공 선발은 학과·전공 구분 없이 선발해 진로를 탐색한 뒤 2학년에 올라가며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확대 방침에 따라 국립대 22곳과 수도권 사립대 51곳 등 대학 총 73곳의 무전공 선발 비율은 지난해 6.6%(9925명)에서 내년도 28.6%(3만 7935명)로 크게 늘어난다. 임 대표는 “무전공 선발은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라 전년도 합격 데이터가 없다 보니 합격선 예측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 모집 때 ‘다군’에 들어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시 지원은 가·나·다군에 각 1회씩 총 3개 대학까지 가능한데 그동안 가·나군에 비해 다군에는 포함된 대학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상위권 대학은 가·나군에 몰려있었다. 하지만 올해 입시에선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다군에 대거 합류했다. 그만큼 상위권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중복 합격으로 연쇄이동하며 상향지원자의 추가 합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변수가 큰 다군에선 지나친 상향 지원보다 안정 지원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