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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전임자여[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4-11-20 17:00:00

평화롭고 질서 있다?
사실은 꼬장 부리고, 떠넘기고, 대판 싸우고
말 많고 탈 많은 미국의 정권 교체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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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고치겠다’(Trump Will Fix It) 슬로건 아래로 걸어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선거본부 홈페이지



Democrats have become a smarty-pants, suburban, college-educated party.”
(민주당은 잘난 척하고, 부유하고, 대학물 먹은 사람들의 정당이 됐다)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민주당은 패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엑셀로드의 자성 섞인 분석입니다. 소수 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smarty-pants’(스마티 팬츠)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똑똑한 바지’로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pants’가 붙을까요. 미국에서 팬츠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캐주얼 바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정장 바지는 ‘trousers’(트라우저스). 사회의식 있다고 자부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캐주얼 패션을 즐겨 입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느라 인플레, 일자리 등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Trump will Fix It.’ 2016년 대선 때 ‘Make America Great Again’에 이어 슬로건 하나는 귀신처럼 잘 짓는다는 평을 듣습니다. 국민이 느끼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고쳐주겠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지금은 정권 인수 기간입니다. “I’ll ensure a peaceful and orderly transition.” 평화롭고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보장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성입니다. 미국은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자랑이지만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 같은 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미국 최초의 프레너미로 불리는 존 애덤스 대통령(왼쪽)과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오른쪽). 위키피디아



Midnight Judges.”
(한밤중의 법관들)정권 교체기에 벌어지는 혼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러나는 쪽이 단임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권력에 아쉬움이 남아 후임 대통령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의 뒤를 이은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존경받지만, 대통령으로는 존경받지 못했습니다. 1860년 대선에서 토머스 제퍼슨 부통령에게 굴욕적으로 패했습니다.

마침 연방대법원장이 지병으로 물러났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애덤스 대통령. 사법부를 싹 바꿨습니다. 자신의 충복을 대법원장에 임명하고, 의회를 소집해 사법부 법(Judiciary Act of 1801)을 통과시켰습니다. 판사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새로 임명한 판사들을 모두 자신과 같은 연방주의자들로 채웠습니다.

이 일을 벌어진 것이 1801년 3월 3일 밤. 제퍼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밤이었습니다. 밤에 임명된 판사들이라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퍼슨 대통령은 분노했지만, 법관은 종신직 임명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임기 내내 사법부를 견제를 받은 제퍼슨 대통령은 영토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나폴레옹과 거래해 프랑스령이던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사들였고, 루이스 클라크 원정대를 보내 서부를 탐사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광활한 영토는 애덤스 대통령의 공이라는 조롱도 있습니다. 같은 건국의 아버지 출신으로 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라이벌인 애덤스 대통령과 제퍼슨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프레너미(프렌드와 에너미의 합성어)로 불립니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 위키피디아



It is beyond the power of any president to do anything about it.”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혼란 수습의 책임을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는 우유부단형도 있습니다.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여러 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남북전쟁을 막지 못하고 후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뷰캐넌에서 링컨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부 주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혼란을 맞게 된 뷰캐넌 대통령은 수습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빨리 퇴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리주의자인지, 연방 수호자인지 그의 성향 자체도 불분명했습니다.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한 밖의 일을 ‘beyond power’라고 합니다. 뷰캐넌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으로 남부 주들은 속속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링컨 대통령 취임 두 달 후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오른쪽에서 지켜보는 지미 카터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hank God and Jimmy we are home.”
(신과 지미 덕분에 우리가 돌아왔다)반대로 정권을 넘겨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정권 교체 기간 내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해결에 매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이사 나가는 전날까지 집무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이란 측과 협상을 벌였습니다. 협상이 타결돼 인질들은 후임 대통령 취임식 전에 풀려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세부 사항이 발목을 잡아 취임식 직후에 석방됐습니다.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했지만, 카터 대통령의 책임의식은 많은 감동을 줬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취임식 직전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격려를 소개했습니다.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로 가서 인질들을 맞아달라.” 실제로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에어포스원을 타고 석방 장소인 서독 비스바덴으로 날아갔습니다. 풀려난 인질 52명과 일일이 포옹했습니다. 비스바덴 미 공군병원에 마련된 행사장에 붙은 플래카드 구절입니다. 석방된 인질들은 신과 카터 대통령에게 동시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식 때 함께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허버트 후버 대통령(왼쪽)과 루즈벨트 당선자(오른쪽). 둘의 냉랭한 표정이 화제가 됐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가장 갈등이 심했던 정권 교체는 1932년 대선입니다. 대공황에 지친 국민들은 뉴딜 공약을 내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루즈벨트 후보는 48개 주 중에서 42개 주를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6개 주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루즈벨트 당선자가 기분 나빴습니다. 루즈벨트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자신의 실패가 부각됐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뉴딜 해법을 무력화하려고 갖가지 꼼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상한 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공동 의장을 맡자고 루즈벨트를 압박했습니다. 루즈벨트의 거절 답장입니다.


It would be unwise for me to accept an apparent joint responsibility with you.”
(당신과 소위 공동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apparent’(어페어런트)라는 단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appear’(보이다)의 형용사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입니다. 살벌한 분위기는 1933년 3월 4일 루즈벨트 취임식 때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퇴임하는 대통령과 취임하는 대통령이 함께 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후버-루즈벨트 대통령은 차 안에서 대화 한마디 나누지 않았습니다.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불필요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헌법을 손질해 취임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정권 인수 기간을 줄여버린 것입니다. 원래 3월이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날과 같은 1월 20일이 된 이유입니다.


실전 보케 36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승리 선언 때 함께 무대에 오른 막내아들 배런(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선거본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승리 선언 때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키가 무시무시하게 큽니다. 2m 5cm. 아빠가 189cm, 엄마가 180cm라서 키 큰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녀가 3남 2녀인데 배런만 무대에 오른 점도 관심을 끕니다. 배런은 이번 선거에서 디지털 전략을 맡아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조 로건 등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트럼프 진영 선거본부장은 배런의 공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I got to tell you, hats off to the young man.”
(이건 꼭 말하겠는데 저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hats off to’는 존경하는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hat’(모자)과 ‘off’(벗다)와 ‘to’(에게)가 결합했습니다. ‘hats’가 복수형인 것은 우리 모두 경의를 ‘표하자’라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자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hat’이 들어가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at the drop of a hat’은 직역하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옛날에는 심판이 모자를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금방’ ‘즉각’이라는 뜻입니다. 축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햇트릭’(hat trick)으로 읽어야 합니다. 과거 크리켓 경기에서 3연속 골을 기록하면 모자를 선물로 줬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모자(hat)를 받는 묘기(trick)를 선보였다는 의미입니다.

‘Trump is mad as a hatter.’ 올해 핼러윈 의상으로 이렇게 적힌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친 트럼프’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모자를 만들 때 수은을 넣었습니다. 모자 장수들에게 수은 중독이 생겨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습니다. ‘mad as a hatter’는 모자 장수처럼 미쳤다는 뜻입니다. ‘as’를 빼고 ‘mad hatter’라고 해도 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 내용은 2019년 7월 15알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외교 메모 소동입니다.

▶2019년 7월 15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15/96474036/1

해외에 부임한 외교 관리는 부임국 정치 상황을 분석해 본국에 문서 형식으로 보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주미 영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비밀 편지를 영국 외무부에 보냈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점을 ‘dysfunctional’(고장난), ‘inept’(서투른) 등의 단어로 비판했습니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대사를 사임시켰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돼 기존 우방 국가들과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소동으로 되돌아보겠습니다.

외교 메모 유출 사건이 터지기 전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킴 대록 주미 영국 대사(오른쪽). 백악관 홈페이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판한 비밀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사임했습니다. 여러 건의 메모가 유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사실 메모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내용입니다. ‘트럼프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라’라고 영국 정부에 충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의 일부분, 특히 자신을 비난한 부분만 보고 화가 뻗쳐 영국 정부에 대럭 대사를 사임시키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메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보겠습니다.


Trump could emerge from the flames, battered but intact, like Schwarzenegger in the final scenes of The Terminator.”
(트럼프는 ‘터미네이터’ 영화 마지막 장면의 슈워제네거처럼 상처를 입었지만, 끄떡없이 불 속에서 살아 나올 수 있다) 대럭 대사는 할리우드의 영향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을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비유했습니다. 온갖 스캔들을 이겨내고 2020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어떤 공격을 받아도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슈워제네거처럼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최고의 찬사입니다. ‘터미네이터’와 비교했으니 말입니다.


Do not write him off”
(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메모의 결론입니다. ‘write off’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빚을 탕감해주다’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외하다’ ‘없애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Keep calm and carry on.”
(진정하고 평소대로 해나가라)이번 사태로 영국의 반(反)트럼프 감정은 악화 일로입니다. 대럭 대사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해 그를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 분노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영국에 보내는 위로 메시지입니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 정부가 국민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든 포스터 문구입니다. carry(가져가다) on(계속)은 원래 계획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