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삼성전자 시총 300조원도 무너져… 트럼프 당선후 1주새 13.2% 급락 美 관세인상땐 韓-中-대만 연쇄타격 “칩 가격 올라 美테크산업에도 영향”
삼성전자 주가가 결국 4만 원대로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시가총액 300조 원도 무너졌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5.41% 급락했고, 대만 TSMC 주가는 2.64%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트럼프 스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무력화시키고,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얽히고설킨 반도체 공급망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당선 후…삼성 13%-하이닉스 12% 급락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줄곧 약세를 보여 왔지만 이달 들어 급격한 하락폭은 ‘트럼프 스톰’ 불확실성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 주가도 7일 대비 12.4% 하락했다.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을 통제하면 글로벌 반도체와 테크 시장 전반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반도체 공급망 혼란 확산
아시아 제조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미국 엔비디아 칩 가격이 오르고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가중된다. 테크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모바일, 컴퓨터 등 전자기기 시장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옴 글로벌데이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테크 전문지 버딕트에 “포괄적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글로벌 전반의 칩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터진 공급망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미국이 자국 내 일본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았던 가격 규제는 IBM, HP 등 주요 컴퓨터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1991년 가격 규제 조항이 삭제됐지만 5년 동안 일본 반도체가 한국과 대만에 밀리는 계기가 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제조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나 수출 규제는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