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20대 남성 관리자 긴급체포 운영진 등 3명도 입건…“홍보 목적” 경찰, 국제공조로 미국 서버 IP 확인 공권력 낭비…구상권 청구·손배소 검토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는 해당 사이트의 20대 관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협박 글을 게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5일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날 20대 남성 A 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이 사이트 운영자 B 씨와 또 다른 관리자 2명 등 20대 남성 3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9월 18일 자신이 관리하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캡처된 형태로 SNS 등에 유포됐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역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고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운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은 이들 3명을 포함해 7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는 ‘익명으로 진행되는 안전 커뮤니티’ ‘IP 및 신상 걱정 없이 이용하는 사이트’라는 등의 소개 글이 걸려있다.
운영자 B 씨 등은 애초 협박범을 찾기 위한 경찰 수사의 참고인 신분이었다. 경찰은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올라온 당일 수사 협조를 위해 B 씨에게 연락했지만, B 씨는 “글쓴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라며 사실상 협조를 거부했다.
이후 사이트 공지글을 통해 ‘시스템 특성상 운영자조차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커뮤니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수사에 대한 협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강화된 경찰 순찰. 자료사진
경찰의 국제 공조 수사가 실마리가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대학 동창이나 업무를 통해 만난 사이로, 일부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등이 A 씨와 범행을 공모한 정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경찰은 우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향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B 씨 등은 사이트 홍보를 위해 게시판에 올라온 음란 사이트 링크 등을 방치한 혐의에 대해 수사받고 있다. 이들이 사이트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이트에 대해 차단 조치를 했다. A 씨의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사건이 발생한 9월 18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야탑역 주변에 투입된 경찰관은 529명이다. A 씨를 검거할 때까지 동원된 인력의 인건비, 근무수당, 식사비, 유류비 등 구상권 청구 규모를 산출하고 있다. 아울러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지역민에게 불안감을 줬고 공권력 낭비가 심하게 발생했다”라며 “협박죄는 위해를 고지하기만 해도 죄가 성립하는 만큼 어떠한 이유라도 흉기 난동 등의 글을 작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