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에 주주가치 제고 나서 3조원은 3개월내 매수-전량 소각 “단기 처방… HBM 우려 해소돼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향후 1년 동안 10조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 올 들어 주가가 33%가량 하락하며 ‘4만 전자’까지 찍자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10조 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15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 동안 10조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 중 3조 원은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 내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나머지 7조 원어치의 매입 시기 및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이사회를 열고 결정하기로 했다. 7조 원어치 자사주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한 추가적인 소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을 깜짝 발표한 것은 주가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0월 기대를 밑돈 실적과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전영현 DS(반도체) 부문 부회장이 ‘사과문’을 낸 바 있다. 이후에도 ‘트럼프 스톰’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타격 리스크가 불거지며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증권계에선 자사주 매입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 소식에 시간 외 거래에서도 3% 이상 상승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에도 역대 최대인 11조3000억 원 규모, 2017년 초 9조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2017년 당시에는 공시 이후 9개월 동안 주가가 약 50% 급등했다. 14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를 밑돌면서 현재의 주가 하락이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친 ‘과매도’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PBR이 1 아래라는 건 회사의 보유자산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적으로 회복되려면 반도체 부문 초격차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단기적 효과로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HBM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해소가 실적을 통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