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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앤디 김, 영 김, 매릴린 순자 스트리클런드, 데이브 민…

입력 | 2024-11-15 23:21:00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한 데이브 민 후보(48)가 13일 당선됐다. 이로써 수도 워싱턴의 연방 상·하원에서 일할 한국계 당선인은 4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계 최초 상원의원이 된 앤디 김(42)과 함께 하원의 영 김(62), 매릴린 순자 스트리클런드(62)가 그들이다. 아직 개표 중인 미셸 박 스틸(69)까지 당선되면 한국계는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93%가 개표된 가운데 스틸 후보는 50.03%를 얻어 200여 표 차 초박빙 우세를 지키고 있다.

▷5명이 당선된다면 하원의원 4명을 당선시켰던 2년 전 기록을 깨는 것이다. 한국계의 끊임없는 도전은 2년 전 하원 선거에 출마한 5명을 다룬 다큐멘터리 ‘초선(영어 표기는 Chosen)’에 잘 담겨 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의사당 앞에서 “네게 모든 걸 선사한 미국을 사랑하고 가슴에 새기라”는 말씀을 들었던 소년은 3선 하원 의원을 거쳐 상원 의원으로 성장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방화 폭동을 아버지의 가게 한 구석에서 목격한 꼬마도 정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데이비드 김은 라틴계가 다수인 지역구에서 3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첫 한국계 연방의원은 김창준 전 하원의원(85)이었다. 그가 6년간 3선을 마치고 물러난 1999년 이후 20년 가까이 한국계는 없었다. 그럼 왜 늘어난 걸까. 한국계 미국인 등록 유권자는 110만 명을 기록하고, 미 의회에서 일하는 한국계 보좌관이 10년 사이에 20여 명에서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제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생겨난다는 해석이 많다. 또 한국의 국력 신장과 함께 이민자의 자녀들이 공직과 정치를 더 선택하는 경향도 생겼다.

▷미 의사당의 백인 중심주의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원 100명, 하원 435명 의원 가운데 1980년 현재 백인은 95%를 차지했다. 백인 유권자가 80%이던 시절이다. 그랬던 것이 2022년 중간선거 이후 백인 의원이 75%로 줄었다. 백인 유권자는 59%로 축소됐다. 현재 한국계를 포함하는 아시아계 의원은 18명으로, 전체의 4% 수준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불법 이민 이슈를 부각시키고, 백인끼리 뭉치자는 ‘정체성 투표’를 강조한 것도 세가 줄어드는 백인 정치가 배경이 됐다.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한국계 중진은 아직 없다. 앤디 김이 6년, 영 김이 4년 의정 활동을 했으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미국 대중은 한국계를 기득권이나 군림보다는 봉사의 존재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앤디 김 의원이 3년 전 폭도들의 미 의회 난입 때 깨진 유리조각과 쓰레기를 홀로 치우는 장면은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정치인이 박수받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게 없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