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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수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 韓업계 비상

입력 | 2024-11-16 01:40:00

자동차-배터리 업계 타격 우려
산업부 “확정 안돼… 美와 협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까지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대규모 감세”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수조 달러의 재원을 보조금 감축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에 주는 보조금, 즉 IRA상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까지 폐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IRA 도입 후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완성차·배터리 제조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AMPC를 받기 위해 ‘과잉 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 여파로 15일 국내 증시의 LG에너지솔루션(―12.09), 삼성SDI(―6.81), SK이노베이션(―6.43) 등 배터리 관련주는 모두 큰 폭 하락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美투자 늘린 국내車-배터리 “당혹”… 머스크 “경쟁사 타격” 지지
[트럼프 재집권]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
북미 생산 전기차에 7500달러 보조금… 트럼프, 유세때 “녹색 사기” 혹평
상의 “현대차 전기차 美판매량… 보조금 철폐땐 최대 13% 줄 듯”
배터리 업계까지 연쇄 파장 우려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석유 재벌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끄는 인수위원회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수차례 회의를 갖고 IRA 보조금 폐지를 논의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IRA를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혹평했다.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고 집권 1기 당시 파리기후협약도 탈퇴한 그는 굳이 보조금까지 줘 가며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으며 전기차가 친(親)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미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또한 올 7월 “IRA를 폐지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업체는 파괴적 타격을 입겠지만 테슬라가 입을 영향은 가벼울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를 지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기업이지만 경쟁사들은 전기차를 생산하며 입는 손실을 보조금으로 만회해 왔다”고 진단했다.

북미 전기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7∼9월) 처음으로 50% 미만을 기록했다. 선도 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에 보조금 폐지에 따른 ‘보릿고개’를 버틸 역량 또한 후발 주자보다 풍부하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 인하, 팁 면세 등 대규모 감세 공약을 발표했다. 감세 실행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IRA 보조금 지급에 쓰이는 돈을 줄이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 국내 배터리 기업 “당혹”

한국 배터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AMPC 규정에 따라 그간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아 왔다. 이에 IRA 보조금 폐지→전기차 수요 감소→배터리 수요 감소 등의 연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3사의 영업이익 합산(1086억 원)의 8배에 이른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국도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느냐에 관계없이) 전기차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 배터리 수요 감소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완성차 업계의 우려 또한 크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리스나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 중 리스 차량 비중은 약 40%다. 현대차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생산 공장 투자를 단행하고 시범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철폐 시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8.7∼―13.3%가량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예측됐다.

또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철폐할 시 연간 118만4000대에서 86만7000대로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모델 권장소비자가격(MSRP) 기준에 따른 5만5000달러 승용차의 경우 수요가 33.2% 감소하고, 8만 달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21.7%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현대차 또한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내라 보조금 철폐의 전체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이미 새로 짓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을 혼류생산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 공화당 우세주에 많은 보조금… “폐지 쉽지 않아”

다만 IRA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외국 기업이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14일 기후 연구 비영리단체 ‘버클리어스’와 기후행동단체 ‘예일클라이밋커넥션’에 따르면 IRA의 전체 지출액 중 약 66%가 텍사스, 와이오밍, 오클라호마, 캔자스주 등 공화당 우세 주로 흘러갔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도 현행 보조금을 지지할 세력이 상당하다.

이미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려면 상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내년 1월 출범할 차기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만을 확보했다. 이에 인수위원회는 IRA의 해당 조항을 광범위한 세금개혁법안 패키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때 의결정족수의 과반(51명)만 확보하면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