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인스타그램
영화 ‘터널’, ‘소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가 20여년 전 노숙자였던 시절 자신에게 책을 선물해 준 따뜻했던 한 서점 직원을 찾고 있다.
소 작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노숙자 시절 서울역 인근 서점에서 겪었던 일화를 공유했다. 그는 “노숙 시절 한 서점에서 사흘째 책을 읽고 있었다. 달리 갈 곳도 없었고, 역보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가 장소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한 직원이 “냄새난다고 며칠째 항의 들어왔다.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소 작가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노숙자, 나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 나의 행동을 눈치챘는지 직원이 ‘잠시만요!’라고 소리쳤다”고 회상했다.
소 작가를 불러 세운 직원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직원은 소 작가에게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며 책을 건넸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직원이 책을 다시 가지고 돌아갈까 봐 불안해 서둘러 책을 받았다. 소 작가는 그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 대신 “나중에 제가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직원은 소 작가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주고 돌아섰다.
그는 “노숙자가 되기 이전부터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었다”라며 “오히려 친구들은 생일빵이라며 날 때렸고, 덕분에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유일한 점퍼 한 벌이 찢어져 겨우내 솜뭉치가 거의 다 빠진 점퍼를 입고 다녀야만 했다”고 가슴 아픈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알고 있을까? 그때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은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음을. 그 친절을 닮은 작품을 집필하며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수식을 얻었다는 것을. 그 직원을 닮아 있는 내 작품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서점 직원을 향해 “잘 지내시나요? 당신 덕에 괜찮은 작가가 됐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며 “내가 과연 당신께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만나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며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소 작가의 따뜻한 글에 “눈물이 나네. 누군가에는 큰 위로가 되는 천절한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현실이 더 소설같다”, “나도 작은 친절이나마 베풀고 살아야겠다” 등 훈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