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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중복합격에 수시 미충원 100명 넘을듯…‘정시 이월’ 논란

입력 | 2024-11-17 17:23:00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 자연계열 면접구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고사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2024.11.17/뉴스1


전국 의대 39곳이 진행 중인 2025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미충원 인원이 전년(33명)보다 크게 늘어 100명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면서 여러 의대에 중복 합격한 후 연쇄 이동하는 과정에서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미충원 인원이 많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의료계에선 해당 인원을 정시로 이월시켜 선발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수시 3118명, 정시 1492명 등 총 4610명이다.

● 의대 수시 미충원 3년 만에 100명 넘을 듯

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전국 39개(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의대 미충원 인원은 33명으로 수시 모집 인원(1872명)의 1.8% 수준이었다. 의대 미충원 인원은 2019학년도 213명, 2020학년도 162명에 달했지만 2022학년도부터 100명 미만으로 줄었다.

미충원 인원이 줄어든 것은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비수도권 의대와 최상위권 공대에 중복 합격한 경우 공대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두 의대를 택하면서 의대 미충원 인원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2023학년도의 경우 의대의 수시 미충원 인원은 13명으로 1% 미만이었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선 내년은 수시 모집 인원이 67%가량 늘어난 만큼 다시 수시 미충원 인원이 100명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의 경우 대학 6곳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이미 내년도 의대 수시 경쟁률은 24.01 대 1로 전년(30.55 대 1)보다 내려갔다.

14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평이했기 때문에 의대 지원자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탈락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여러 의대에 중복 합격하는 수험생이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복 합격자가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면 차점자를 올려 추가 합격시키는데 수 차례 추가 합격에도 채워지지 않으면 미충원 인원으로 분류하고 정시로 이월해 선발한다.

정시의 경우 의대 모집 인원은 전년보다 30%가량 늘었는데 여기에 수시 미충원 인원이 이월되면서 실질 경쟁률은 지난해(6.62 대 1)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은 “정시는 3개까지 지원할 수 있어 경쟁률 3 대 1 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봐야 한다. 올해 입시에선 의대 정시 실질 경쟁률이 사실상 미달인 곳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교육부-대학들 “의료계 요청 수용 어려워”

정시에서도 추가합격을 통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이후 추가 모집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당정에 수시 미충원 이월을 중단하고 정시 후 추가 모집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통 3배수를 선발하는 정시 1차 서류 합격자를 1.5~2배만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대학 모집요강에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가 손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월이 의무 규정은 아닌 만큼 대학이 재량으로 덜 뽑으면 된다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선 “다년간의 입시 관행으로 굳어진 만큼 대학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면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 역시 의료계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올해 의대는 휴학 승인과 2학기 미등록 문제로 재정적으로 힘들다. 자체 판단으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을 대학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