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승인 없이 문화재단 기부” 모녀측 “재단 의결권 막기 위한것”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이달 말 열릴 임시주총을 앞두고 다시 격화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의 아내·딸 그리고 장·차남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형제 측이 모친을 상대로 배임,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창업주 일가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13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사실상 아들(임 이사)이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한 셈이다.
한 대표는 박 대표가 이사회의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 지시로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약 120억 원의 기부금을 제공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만약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재 형제 측 5명, 모녀 측 4명으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5 대 6으로 뒤바뀌게 된다.
현재 모녀가 보유하거나 우호적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33.78%, 형제 측은 25.6%다. 가현문화재단 등은 8.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 측의 의결권 행사가 경영권의 향방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차남인 임종훈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15일 “3자 연합 등이 ‘국민연금이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같은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며 “업무 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3자 연합 측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소송 제기로,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독재 경영”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임 대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14일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 주를 거래 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임 대표의 지분은 9.27%에서 7.85%로 변동되지만 28일 임시주총에서 행사할 지분은 9.27% 그대로 유지된다. 임 대표는 주식 매각을 하게 된 배경으로 어머니인 송 회장이 임 대표에게 갚아야 할 296억 원을 변제하지 않아 이번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회장 측은 “아직 변제 기한이 다가오지 않았고 변제 방법과 시기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채무불이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