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의혹, 과거사 캐는 것 넘어… 정치 브로커의 폐해 두루 짚어야 美유권자 당당히 트럼프 찍는데… ‘샤이 트럼프’ 용어 유효한지 의문 고령자 ‘차 없는 하루’ 체험 눈길… 교통안전과 이동권 갈등 잘 다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1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명태균 씨 의혹의 정치적 파장, 미국 대통령 선거,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준웅 위원=10월 29일자 A25면 <“북한군 파병은 국제법 위반…러 추가제재 준비”> 기사는 올로프 스코그 신임 유럽연합(EU) 인권특별대표를 인터뷰한 것입니다. 외신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확보한 취재원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시각을 보도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10월 22일자 A6면 <미사일 기술진 파병한 北, 러에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 요구할 듯> 기사는 국정원 등 정부가 제공한 정보 위주로 작성됐는데, 검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제3자의 해석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은경 위원=10월 18일자 A1면 <“대한민국은 적대국” 北 헌법에 못박았다> 기사는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했습니다. 영토 규정을 신설했는지 등 구체적 내용을 취재한 후속 보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17일자 A3면 <北, 파병으로 러와 더 밀착…“러, 북한군 3000명 특별대대 편성”> 기사엔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뒤따르는 문장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협력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취재원을 특정하지 않는 경우에 ‘취재 종합’이라는 문구를 굳이 써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10월 31일자 A1면 <2개의 ‘레드라인’ 동시에 넘는 北, 韓 우크라 포탄 ‘우회지원’ 준비> 기사엔 정부 측 얘기만 나오는데, 야당이 반발한 내용도 함께 반영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종빈 위원장=10월 15일자 A3면 <北, 대남공작도 강화…‘문화교류국’ 명칭 바꾸고 조직 확대>기사는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남 공작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 북한의 대남공작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가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정부 조직이 이렇게 허술해서는 곤란하다며 대공수사권 정비를 촉구한 것은 시의 적절했습니다.
이은경 위원=10월 7일자 A1, 5면에 실린 명태균 씨 인터뷰는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과거 사건에만 지면을 할애하지 말고 정치 브로커의 민낯과 부작용, 이들이 벌이는 여론조사의 문제점 등 다각도의 앵글로 이슈를 다뤄야 할 것입니다. 9월 26일자 A1면 <“尹 구중궁궐에” vs “韓 속좁고 교활”> 제목은 모욕에 가까운 익명의 발언을 1면에 실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대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1월 5일자 A3면 <韓 “민심 매섭게 돌아서…독단적 국정운영 반감 커져”> 기사는 ‘독단적 국정운영’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않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준웅 위원=명태균 씨 인터뷰 내용과 별개로 기자가 명 씨를 접촉한 경위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배경 정보까지 제공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사진을 명 씨가 제공한 것으로 게재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취재원이 고른 사진을 쓰는 것은 편의를 봐준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10월 15일자 A10면.
김 위원장=일부 보수 성향 작가들이나 정치인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4·3사태를 미화했다며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정치적 색깔을 입혀 비판할 일이 아닙니다. 한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제쳐 놓고 높이 평가할 일이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축하를 보다 비중 있게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준웅 위원=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해선 좋은 인터뷰가 많았습니다. 11월 2일자 2면 〈“해리스는 노스캐롤라이나, 트럼프는 미시간 이기면 승산”〉 기사는 현지 여론조사 전문가 3명을 취재한 기사였습니다. 각자 예측은 달랐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자료에 근거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구나’ 하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1월 8일자 A31면에 게재된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의 인터뷰는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관세주의자’ 트럼프 집권의 의미와 파장을 잘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이 마지막까지 두 후보가 초박빙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결과적으로 오판이었고, 국내 언론도 이를 주로 인용한 탓에 한계를 보였습니다. 해리스 후보에게 기울어진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NYT) 등의 자체 평가가 궁금합니다. 우리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기획하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11월 4일자 A1면에 〈히든 해리스 vs 샤이 트럼프〉 제목이 있었는데, ‘샤이 트럼프’라는 용어는 이제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메이저 언론들이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차원에서 만들어낸 용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권자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당당하게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히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부정확한 조사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용어로 보입니다.
최 위원=〈의정갈등 해법, 해외서 길을 묻다〉 시리즈는 시의성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10월 21일자 A1, 2면에 나온 네덜란드 편은 의사 수를 논의하는 과정에 정부 개입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메시지가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의사 수급 문제만 다루고 의대 문제는 다루지 않아 국내 사정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0월 22일자 일본 편은 나가사키현을 주로 다뤘습니다. 나가사키현은 그렇게 큰 현이 아니지만 섬이 많아서 다룬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일본 사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지역을 다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도로에 드리워진 고령사회 그늘〉 시리즈도 고령자 이동권 침해와 교통 안전 사이의 갈등을 다룬 의미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특히 노인과 함께 시골에서 ‘차 없는 하루’를 체험한 10월 14일자 A6면 기사가 흥미로웠습니다.
김 위원장=10월 14일자 A3면 <헌재연구원 “대통령, 국회 존중하고 거부권 신중해야”>기사는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관의 보고서를 소개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굉장히 문제가 있어 꾸짖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대통령 거부권은 삼권분립 차원에서 국회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마지막 장치라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입법권은 입법권대로, 거부권은 거부권대로 남용하면 안 됩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 위원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 사회
김준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