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 성적이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달러화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올해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전 세계에 보호무역의 격랑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증시·환율에 선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코스피는 미 대선 후 지난 주말까지 6.2%, 코스닥은 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G20 중 아시아 국가들의 하락 폭은 중국이 1.7%, 인도가 2.4%로 한국보다 작았다. 일본은 오히려 0.4% 상승했고,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4.7%나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연중 최저인 32.3%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보다 8.6%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는데 달러 대비 환율이 더 오른 주요국 화폐는 10.7% 상승한 일본 엔화뿐이다. 지난주 1400원 선을 2년 만에 넘긴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강한 구두개입에도 1400원 주변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가 동시에 극도의 약세를 보이는 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을 나라 중 하나인 데다, 해외에서 투자를 끌어들일 미래 성장동력도 뚜렷하지 않아서다. 실망한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이민’을 떠나면서 ‘서학 개미’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총액은 1000억 달러, 한화로 140조 원이 넘었다. 그만큼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은 약화하고, 해외로 빠져나간 달러만큼 원화 가치가 또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