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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성호]경찰도 납득 못 하는 신상공개 제도의 허점

입력 | 2024-11-17 23:12:00

황성호 사회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을 목전에 둔 이달 12, 13일. 향후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직전이었지만 한국인의 관심을 이들보다 더 끈 사람이 있다.

12일 신상공개가 된 ‘북한강 토막 살인사건’의 피의자 양광준 씨다. 검색어 관심도를 보여주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달 13일의 경우 양 씨에 대한 검색 총량을 100이라고 했을 때, 명 씨(검색 총량 29)와 이 대표(25)는 그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했다. 비슷한 서비스인 ‘구글 트렌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한 건의 사회적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파급력이 크다 보니 신상공개 제도의 잣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경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엘리트 장교 출신으로 잔혹하게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 씨의 신상공개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양 씨와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사례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파타야 토막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파타야 토막 살인사건의 범인 3명은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양 씨와 이들 모두는 사람을 죽인 뒤 시신을 훼손했을 정도로 잔혹한 수법을 쓴 혐의를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양 씨는 범행을 인정한 반면 파타야 범인 3명은 이를 부인하면서 신상공개 여부가 달라졌다.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혐의를 부인할 경우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죄추정 원칙이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의 기본 뼈대인 만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파타야 사건처럼 여러 명이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다. 파타야 사건을 수사한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살인이 해외에서 발생해 이를 입증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들의 진술이 엇갈렸다”고 했다. 이들은 법정에서도 여전히 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의 범행은 축소하고 남의 범행은 키워서 진술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양 씨처럼 혼자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와 견줘 공동범행은 수사의 난도가 대폭 올라간다. 신상공개가 된 강력사범 가운데 공동범행인 사건이 드문 이유다. 지난해 초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들 신상이 공개된 사례 정도밖에 없다.

우리 형법은 여러 명이 함께 범죄를 저지를 경우 더 강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신상공개는 오히려 집단 범행의 경우 적용이 더 어렵다. 모순이다. 지난달 말 파타야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범인들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달라고 청원했다. 5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되는데, 이 글은 226명의 동의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족들은 또다시 좌절했을 것이다. 신상공개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는 필요성에 대해 “범죄를 예방하여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적시하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공동범행이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까닭이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