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미묘한 온도차 北러 군사협력엔 “당사자 해결할 일”
한중 정상 ‘악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 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방중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방한을 제안했다. 리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양국 정상은 이날 2년 만에 마주 앉았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이어 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방한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즉답 없이 각각 ‘감사하다’고만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특히 내년 가을쯤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에게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겨냥해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도 했다. 다만 시 주석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尹 “北-러 軍협력 함께 대응을” 習 “자유무역 공동으로 수호해야”
[APEC 정상회의]
2년만에 회담, 유화 제스처속 온도차… 習, 北파병 中역할론에 즉답 피해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견제에만 방점… 한국에 비자면제 상응 조치 요구도
한미일 “北파병, 안보리 결의 위반”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윤석열 대통령)2년만에 회담, 유화 제스처속 온도차… 習, 北파병 中역할론에 즉답 피해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견제에만 방점… 한국에 비자면제 상응 조치 요구도
한미일 “北파병, 안보리 결의 위반”
“정세가 어떻게 변화를 하든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지키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中 발표 내용서 북-러 군사협력 등 빠져
이날 정상회담 후 중국 측 발표 내용에선 윤 대통령이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빠졌다. 그 대신 중국은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APEC 등 다자 메커니즘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할 의향이 있다”는 등 내용을 언급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후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내용에 방점을 찍은 것.
시 주석은 16일 APEC 세션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의해 도전을 받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하듯 ‘자신이 잘되려면 남을 먼저 잘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의 논어 구절인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도 인용했다.
한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두고도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먼저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방한해 달라고 한 것.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한한령 등에 따른 한중 관계 경색 등으로 10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 국민의 한국 방문을 위한 더 많은 편의 조치를 취해 주길 바란다”며 앞서 중국이 실시한 비자 면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우리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똑같은 조치를 상응해서 하기엔 한중 여행객 숫자로 보나 방문의 목적으로 보나 조금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중국에 진출한 우리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두 정상은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서비스·투자 협상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한중 FTA는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지만 이후 한한령 등으로 2단계 협상이 지연됐다.
● 한미일 정상 “北 파병,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한미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 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의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리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 대통령은 이날 10분간 바이든 대통령과의 ‘고별’ 정상회담에선 “제 임기 전반기 중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교·안보 성과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성원하며 뒤에서 돕겠다”고 화답했다.
리마(페루)=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