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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불백 50인분 주문하며 공문 위조까지…또 군부대 사칭 노쇼

입력 | 2024-11-18 14:55:00

피해 자영업자, 남은 음식 인근 소외계층에 기부
“휴일 없이 일했는데, 이런 일 당해 속상”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자신이 인천의 한 군부대 소속 중사라고 밝힌 남성이 가짜 공문까지 보내면서 음식을 대량 주문하고는 결국 나타나지 않아 큰 피해를 봤다는 식당 주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군부대 사칭 노쇼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 씨는 “저희 부모님은 두 분이 인천 영종도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신다”고 설명했다.

A 씨 어머니는 지난 13일 가게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인근 군부대 소속 ‘김동현 중사’라고 소개한 인물은 단체 포장 주문을 하고 싶다며 돼지 불고기백반 50인분을 다음 날 오후 2시에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A 씨 어머니는 평소 군인들이 자주 식당에 손님으로 방문을 해왔던 터라 별다른 의심 없이 주문을 받았다. 김동현 중사는 영수증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요구대로 영수증을 보내자 답장으로 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내와 A 씨 어머니는 의심 없이 음식을 준비했다.

A 씨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일 새벽 영종도에서 부평 삼산동 농산물시장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장을 보며 준비하신다. 내일은 장병들이 먹을 것이니 더 서둘러 더 넉넉히 준비하고 신경 써야겠다며 기쁘게 준비하셨다. 모든 고기와 밑반찬을 직접 만드시기에 전날부터 50인분 양을 준비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현 중사가 다른 휴대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와 ‘문제없이 준비하고 계시느냐’는 확인 전화까지 했다.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이런 범죄가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셨다”고 덧붙였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는 “부모님은 당일 오후 1시 50분까지 50인분의 음식과 여분의 고기, 밥을 넉넉히 넣고 식지 않도록 아이스박스에 담아 준비하고 장병들이 후식으로 먹을 귤 2박스도 함께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속된 2시가 지나도 김동현 중사는 아무 연락이 없었고, A 씨 어머니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인지한 A 씨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했다. 그대로 남게 된 음식은 상인회를 통해 동사무소, 교통장애인협회, 인근 소외계층에게 기부했다.

A 씨는 “저희 부모님은 집이 멀어 식당 한 켠에서 숙식을 해결하시며 단 하루의 휴일 없이 일하고 계시다. 속상해하시며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며 딸로서 너무 괘씸하고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저희 가게 손님들은 예약하시면 어기신 분들이 없으셔서 전혀 의심을 안 했다. 군사경찰에 문의했지만 개인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렇게 해서 얻는 게 뭔가?”,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 “공문 자체가 짜깁기 된 위조 공문이다”, “최근에 같은 방법으로 당한 사람이 많다”, “천벌을 받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