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법원장 사법부 전체 구성원 의견 수렴 법원장 추천제, 민주·수평 인사…권한 분산 긍정적 인기투표·재판 지연…인사 이원화 제도 완화 추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5차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4.11.04. [서울=뉴시스]
지난 2019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시행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년도 법원장 보임에 소속 법원 법관을 비롯해 전국 단위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8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원장 보임 절차에 관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천 처장은 “법원장 보임에 관해 소속 법관뿐 아니라 소속과 직위 등에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법관을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법원장 후보의 추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원장 추천이 인기 투표가 되고 있다는 지적하면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촉박한 일정 등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속 법관의 ‘인기 투표’ 가능성, 재판 지연 해소와 같은 적극 행정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9월 회의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충분한 적임자 추천의 한계, 추천 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논란, 실시법원의 절차적 부담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건의했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전국 법관 1378명을 대상으로 인사제도 개선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84%(1150명)는 법원장 추천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16%를 기록했다.
천 처장은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의 핵심은 사법부 전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하고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법원장 적합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법원장 보임 인사의 객관성과 적격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서 법원장 후보로 추천되어 심사에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법관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법률상 기구인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법원장으로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제출된 의견과 근무평정 및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한시적으로 고등법원 소속 법관이 지법원장에 보임할 수 있을 길을 열기로 했다. 법관 인사 이원화에 따라 지법원장은 지법 소속 법관만 보임할 수 있었는데 고등법원 소속 법관에게도 허용한 것이다.
천 처장은 “지방법원장은 원칙적으로 지방법원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하되, 법원의 특성과 후보군 등을 면밀히 살펴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나마 일부 지방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보임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둘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는 전국의 모든 지법원장과 행정법원장, 가정법원장, 회생법원장 보임에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엔 고등법원장 보임에 대해선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를 놓고 법원 내부에선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전국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법원 내부망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 논의에 대해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법관대표회의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 및 이원화 제도 정착에 기여해 온 법원장 추천제를 철회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