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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인사하던 옆집 장애인 안 보이자 신고한 女…소방관에 “죄송해요” 왜?

입력 | 2024-11-18 17:31:00

ⓒ News1


매일 아침 안부 인사를 하던 이웃집 남성이 보이지 않자 119에 신고해 구한 옆집 여성의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안겼다.

자신이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 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신고를 받고 한 빌라에 출동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빌라에 산다고 ‘빌거’(‘빌라 거지’의 줄임말)라고 하던데 세상에 어쩜 그렇게 끔찍한 말은 잘도 만들어 내는지”라며 “오늘은 그런 빌라에서 있었던 일 하나 얘기해주겠다”고 운을 뗐다.

당시 A 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한 건물 3층이었다. 그는 “부끄럽지만 ‘사람을 업고 내려와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사십 대에 접어든 데다 11월이라 추워서 허리가 삐걱거렸다”고 털어놨다.

A 씨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졌는지 입술이 터지고 안경 코 받침에 얼굴이 긁혀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계속 몸을 떠는 데다 말은 어눌했는데 남자가 보여준 복지카드를 보고 선천성 뇌 병변에 더해 지적장애까지 있는 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는 옆에서 울고 있었다.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옆집 사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매일 같이 인사하던 남자가 연이틀 얼굴을 비치지 않자 걱정이 됐나 보다. 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고민하다가 남자의 집 문고리에 손을 얹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A 씨는 “해당 빌라에는 관리사무소가 없었다. 이웃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한 여자의 최선은 직접 손을 쓰는 일이었던 거다.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고, 여자는 발작 온 뒤로 기진해서 내내 쓰러져 있던 남자를 보고 119에 신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여성이 “죄송하다”며 사과한 것이었다. A 씨가 “잘하신 건데 뭐가 죄송하냐?”고 묻자, 여성은 “더 빨리 신고할 수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그 순간 난 뭐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며 “그러니까 사는 집의 크기를 가지고 사람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 말자. 가난한 동네건 부자 동네건 꽃은 핀다”고 강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아직 이렇게 따뜻한 분들이 계시다니”, “진정한 이웃이다”, “이웃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사람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