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국내 첫 AI 영업점 오픈 고객과 문답 가능한 쌍방향 소통… 보안매체 발급 등 65개 업무 해결 은행들 AI 점포 앞다퉈 도입나서… 노령층 은행 접근 되레 어려워져
신한은행이 18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선보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신한은행의 인공지능(AI) 지점.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성인 남성 평균 키만 한 대형 스크린에서 여직원이 기자를 응대했다. 고객 응대에 높은 평가를 받은 신한은행 직원의 얼굴과 동작, 음성 등을 수집해 AI로 학습시킨 ‘AI 은행원’이었다. 마이크에 대고 “환전하러 왔어요”라고 말하자 번호표를 내주며 AI 창구로 안내해줬다.
AI 창구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처럼 생긴 기기의 스크린에서 남직원이 응대했다. 환전하러 온 것을 알고 있는 AI 은행원은 곧장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요청했다. 중간에 AI 은행원의 말을 끊고 ‘오늘 환율’을 물었더니 미국 달러(1396.53원)와 엔, 유로, 위안화 환율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 환전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 일반 지점에서 직원을 통해 환전할 때보다 더 빨랐다. 헤매는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자 AI 창구 옆에 직원 대기 공간이 있었지만, 부를 일은 없었다.
AI가 예·적금 가입부터 환전, 대출까지 내주는 은행권 최초 AI 지점이 이날 문을 열었다. 기존의 디지털 지점은 ATM에서 체크카드와 보안 매체를 발급하거나, 화상 연결을 제공받는 등 유인 점포를 단순 보완하는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AI 무인 점포가 유인 점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신한은행은 AI 지점을 열기 위해 연초부터 생성형 AI를 개발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객 응대 상황들을 데이터화해 입력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점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등을 담은 데이터들을 자체 학습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은행원이 곱하기 부호(×)를 알파벳 엑스(X)로 읽는 등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질문을 듣고 대답하기까지 과정에서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한계점도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텍스트 창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에 AI 은행 확대는 은행에 대한 접근성을 도리어 어렵게 만들게 될 것”이라며 “AI 은행원이 배치된 무인점포는 자칫 금융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