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어제 2.16% 모처럼 상승 삼성전자 한때 7% 넘게 뛰어 2000억 밸류업 자금 본격 투입 美 나스닥은 나흘연속 내림세
‘트럼프 스톰’에 휘청거렸던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금융당국의 밸류업 펀드 집행 소식에 모처럼 강한 반등을 보였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는 등 글로벌 자산시장의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도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하지만 15일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한 것이 국내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됐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7.1% 치솟기도 했으나 5만6700원(5.98%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11.48%)과 삼성화재(10.48%) 등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2015∼2016년 자사주 소각 당시 18%, 2017∼2018년 27% 각각 상승했던 바 있다.
또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5조64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5%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매출도 2214조609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늘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와 같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 정책 효과를 기대하고 치솟던 글로벌 자산시장이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의 여파로 나스닥(58.7%), S&P500(41.0%),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36.4%)가 급등했던 바 있다. 트럼프 2기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얘기다.
트럼프 2기에서는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미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다 물가나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증시가 과도한 트럼프 랠리에서 벗어나 기술적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국내 증시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당분간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