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 협력에 ‘중국 건설적 역할’ 당부 시진핑, 내년 APEC 계기 11년만 방한 예상 가치 외교 수정은 아냐…“한미동맹 기본축” 경제 협력에 방점…중, 선제 비자면제 조치 주중대사에 김대기…주한대사도 직급 상향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한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1.16.[리마=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 등 국제정세 격변 속에서 한중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2년 만의 한중정상회담 및 외신 인터뷰를 통해 중국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보도된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북한 군사력 증강 우려 등 안보 위협을 해소하고 러-북 협력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협조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역내 정세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며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중한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기초한 ‘가치기반 외교’ 기조를 수정하고 중국과의 협력에 방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브라질 매체 인터뷰에서도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태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임기 전반기 외교안보 분야 핵심 성과로 ‘자유의 연대’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실현, 동맹·우방국과의 확고한 안보태세 구축 등을 꼽은 바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한미 ‘핵기반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 한일관계 정상화, 한미일 정상회의 연례화·사무국 설치 등은 제도화 수순에 들어섰다고 보고, 비교적 후순위였던 한중관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등 경제협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을 앞으로 가속화해서 조기에 결실을 거두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긍정적 진전을 보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또 중국은 지난 1일 비자면제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한국 일반 여권 소지자는 2025년 말까지 비즈니스나 여행·관광, 친지 방문을 위해 15일 이내 기간 동안 비자 없이 중국을 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전격적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단기 무비자 조치를 한국 관광객에게 먼저 허용한 것은 중국의 깜짝 일방적인 선물이었다고 본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똑같은 조치를 상응해서 하기에는 한중 여행객의 숫자로 보나 방문의 목적으로 보나 조금 저어(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또 어떤 방법으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특히 청년 간의 교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한번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한중간 공식 외교라인에서도 양국관계 개선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차기 주중국대사로 지명했다. 중국은 신임 주한국대사로 다이빙(戴兵)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내정했다.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최고위급 인사고, 다이 부대표는 외교부에서 국장을 역임한 뒤 4년간 유엔대표부 부대표로 근무해 부국장급으로 부임한 싱하이밍 전 대사보다 직급이 높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전 실장 주중대사 내정을 발표하면서 “오랜 기간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면서 한중 FTA, 한중 무역갈등 해소 등 중국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한 정책 경험이 풍부하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