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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200곳 맹폭… 美 휴전 제시에도 공격 확대

입력 | 2024-11-19 03:00:00

베이루트 시내 중심부까지 타격
기습공격에 헤즈볼라 대변인 사망



이스라엘 공습에 불타는 베이루트 1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 소방대원들이 이스라엘 공습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6, 17일 레바논 전역 200여 곳을 공습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레바논이 최근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200여 곳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우호적 관계를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휴전 협상에 협조할 수 있다는 관측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17일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중심부인 라스알나바아 지역을 공습해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대변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아피프 대변인은 9월 말 이스라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의 측근이다.

레바논 보건부도 이날 “이스라엘이 사전 대피령도 없이 라스알나바아를 공습해 4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포함 1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전까지 주요 공습 지역이 아니었던 시내 중심가 마르엘리아스도 피해를 입으며 최소 2명이 죽고 22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6, 17일 레바논에서 200개가 넘는 지역에 맹폭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아피프 대변인 사살을 인정하며 “그는 헤즈볼라 군사 작전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활동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군사적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간부를 공격하고, (헤즈볼라 무기고와 지휘센터가 있는) 다히예가 아닌 지역을 공습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습을 받은 라스알나바아는 집을 잃은 많은 피란민이 다수 머물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 공격은 레바논 정부가 최근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13일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물로 레바논과의 휴전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BBC방송은 “이번 공격으로 레바논에선 이스라엘이 휴전에 협력하기는커녕 긴장을 고조시키고 공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 엘리야 마니에르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행정관료까지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