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소장파 장교 쿠데타 당시 담배 대신 건넨 카네이션 총구 장식 무혈봉기로 40년 독재 마침표 찍어
셀레스트 카에이루 여사(가운데)가 4월 2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카네이션 혁명 50주년 행사에서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있다. 리스본=AP 뉴시스
50년 전 포르투갈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나눠줘 ‘카네이션 혁명’이란 이름을 역사에 남게 한 셀레스트 카에이루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리스본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1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4년 4월 25일은 카에이루 여사가 당시 일하던 식당의 개업 1주년 기념일로, 사장은 직원에게 선물할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하지만 마르셀루 카에타누 당시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반체제 소장파 장교들을 주축으로 군인들이 거리로 쏟아지며 기념일 행사가 취소됐다.
출근했다가 카네이션을 들고 귀가하던 고인은 우연히 한 군인을 마주쳤다. 그가 “담배가 있느냐”고 묻자, 카에이루 여사는 대신 갖고 있던 카네이션을 건넸다. 군인이 웃으며 꽃을 받아 소총 총구에 꽂았고, 주변에 있던 군인들도 고인에게 손을 내밀어 꽃을 받았다. 이를 따라 많은 총구와 전차를 장식하며 거리는 붉은 카네이션들이 가득해졌다.
‘싱글맘’이던 카에이루 여사는 혁명 이듬해 리스본 시의회의 지원을 받아 얻은 리스본 북부의 주택에서 딸, 손녀와 함께 국가연금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고인은 심폐질환 등 건강 악화에도 올 4월 리스본에서 열린 혁명 5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포르투갈군은 16일 “고인의 단순한 몸짓이 포르투갈을 영원히 바꾼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추모했다. 다만 스페인 매체 엘파스는 “카에이루는 포르투갈 현대사의 상징이 됐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헌사는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