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영문 번역한 英스미스씨 “부커상 수상후 오역 논란-찬사 갈려 그런 과정서 번역가 된 이유 알게 돼 ‘소년이…’ 번역 인세 가자지구 기부”
“전 세계 수많은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놀라운 작품이 더 많은 인정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해 부커상 수상 등을 이끌어 낸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37·사진)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은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에 쓴 스미스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스미스는 2016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영어로 번역해 한강 문학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되는 데 공헌한 번역가로 평가받는다.
기고문에서 그는 부커상 수상 이후의 오역 논란과 과한 찬사 등 상반된 반응이 쏟아진 데 대한 심경부터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비판은 가혹했고 개인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인종 불평등이 심한 문학계에서 백인 번역가란 점이 원작의 문학성을 깎아내리는 정도의 과대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왜 번역가가 됐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한강 작품의 번역은 텍스트에 날카롭게 떠오는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의 더 발전된 필력을 보여주는 작품임에도 ‘채식주의자’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쉬웠다”며 “(하지만) 이 작품은 묻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으로 표현된다”며 “광주와 가자를 연결한 수많은 독자에게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년이 온다’의 번역 인세를 가자지구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