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4〉 ‘방산의 명품’ 만들자 54개 무기체계 사용… 99% 수입 의존 국산 전투기 KF-21 엔진은 미국산… 자폭드론 부품 자립도 시급한 과제 트럼프 시대 美 보호무역 강화 우려… 공급망 불안땐 무기수출 위협 받아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중요한 의결이 진행됐다. K2 전차의 심장 ‘파워팩(엔진+변속기)’ 중 변속기의 국산화가 완료된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이를 2026년부터 양산될 전차에 적용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 K2 전차는 2022년 폴란드로 처음 수출되는 등 방산 수출 효자 무기다.
이날 의결로 K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를 위한 숙원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워팩 엔진은 2014년 국산화됐지만 변속기는 독일 제품을 써왔다. 이 때문에 K2 전차를 수출할 때는 물론 해외에 전시할 때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변속기 국산화로 K2 전차의 국산화율은 기존 84.3%에서 90%로 높아질 전망이다. 변속기 국산화 관련 실무를 담당한 권창모 방사청 전차사업팀장은 “전차 단가의 10%를 차지하는 변속기 국산화로 전차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서 K2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 안보와 직결된 주요 방산 부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핵심 부품·기술의 국산화는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 전투기 ‘심장’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착수
첨단항공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엔진을 단 KF-21의 수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가 자국 F-16 최신 개량형인 F-16V의 수출 확대를 같은 급 전투기인 KF-21이 막는다고 보고 수출 승인 거부 등의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무기 핵심 ‘국방반도체’ 해외 의존도 99%
국방반도체 이미지. 웨이비스 제공
특히 미래전장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지능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유무인 복합 체계의 두뇌 역할을 할 고성능 국방반도체 확보는 더욱 시급해졌다. 하지만 국산 국방반도체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방사청에 따르면 레이더, 유도무기 등 54개 주요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를 조사한 결과 98.9% 이상이 미국 등 해외에서 설계·제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기술 패권이 격화되는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글로벌 국방반도체 공급망 상황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 이에 국방반도체 국산화는 K방산 수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손꼽힌다.
● ‘게임체인저’ 자폭 드론 엔진 국산화 시급
국산 자폭드론. 대한항공 제공
다만 우리 군에 초도 납품되는 국산 자폭 드론 30여 대 시스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엔진은 독일산이다. 미래 수출 효자가 된다 해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것.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방 드론 및 관련 부품 전문 방산업체를 선정한 뒤 보호 육성하는 방식으로 자폭 드론을 K무기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