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돌려막기 범행”…법원 “범죄 다툼 소지” 법조계 “횡령 적용 미지수”, “재청구 부담”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18. 뉴시스
검찰이 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에 대해 두 번째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기각되면서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티메프 사태를 전형적인 ‘폰지사기’로 규정한 만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께부터 이들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뒤 이날 오전 12시께18분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나머지 두 대표에 대해서도 범죄사실과 공모·가담 여부에 대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와의 관계, 수사진행 경과와 증거관계 등도 고려했다. 류화현 대표의 경우 위메프에 합류하게 된 경위도 추가로 언급됐다.
검찰은 그동안 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폰지사기’로 규정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이 범행 자체가 적자 판매를 계속하게 되면 회사가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일종의 미국 폰지사기다. 결국 돌려막기 범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에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들을 전수 조사하며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번 영장에서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정산불능 사태를 예견하고 미리 돈을 인출하려 한 정황을 담기도 했다.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구 대표가 지난해 12월경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전무)에게 ‘정산을 못할 리스크가 높으니 티몬이 가지고 있는 정산 예정금 250억원 정도를 미리 인출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추가됐다.
반면 구 대표 측은 티몬 등 계열사를 인수할 당시 미정산 자금 문제가 이미 누적돼 있었던 만큼 이를 인지하고 고의적으로 ‘돌려막기’한 건 아니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 이후 ‘정산 지연을 막으려고 티메프 등에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다 썼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류광진 대표는 이번 심사에서 큐텐테크가 티몬과 위메프 재무를 전담했고, 본인은 법인 인감 도장과 통장, 공인인증서를 관리할 권한이 없었을 뿐더러 티몬 인터넷 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 측은 구 대표가 2022년 11월 ‘나는 너에게 권한과 책임을 준 적이 없다’, ‘추후 회사가 정상화되면 그 때 권한을 주겠다’고 언급한 녹취록을 증거로 내세웠다.
류화현 대표 측도 구 대표 측과 공모할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심사 전 기자들과 만나 “부끄러운 얘기지만 일했던 방식 자체가 (수직적) 그랬던 것 같고 통화나 주간회의나 모든 것에서 그 분(구 대표)이 지시한 대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커머스 사업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금 지급일을 티몬 등 업체보다 더욱 길게 했던 업체도 있다”며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현직 검사는 “기각 사유가 ‘범죄 혐의 소명이 안 됐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영장 재청구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영장 재판은 짧은 시간 내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본 재판과는 다를 수 있다. 정식 기소하면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법률 제도가 상식적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이상한 법리적 논리로 강자 기업인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