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4.11.19 뉴스1
“자신과 부인의 수사 문제를 다음 정권의 대통령에게 넘겨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손으로 정리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1심 징역형 선고로 ‘사법 리스크’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19일 일제히 ‘김건희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 살인”, “정치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향해 맹공을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대표 재판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28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내부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여론전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기를 간 보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특검은 위헌’이라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강변은 과거 최순실의 궤변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최 씨가 2017년 본인을 겨냥한 특검을 두고 “여당 인사가 제외된 특검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사실을 지목한 것이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 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기준으로 김 여사의 죄를 심판한다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장 밖에서도 김 여사를 겨냥한 맹공이 이어졌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야당 의원 주도로 김 여사를 지난달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기로 했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은 두 번째 고발이다. 운영위는 이달 1일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에도 김 여사가 증인으로 불출석하자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대통령실 청사까지 찾았으나 경호처에 막혀 결국 전달에 실패한 바 있다.
이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선고를 앞두고 이어진 당의 총공세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당 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대여 공세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도 “총구를 밖으로 돌리자는 취지일 것”이라고 했다.
● 당 내 “사법부 비난 자제해야” 우려
당 중진들도 ‘자제령’을 당부했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우리의 주적은 윤석열, 김건희, 검찰이지 사법부는 아니다. 사법부를 공격하는 당내 분위기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5선 정성호 의원도 “충격적 판결에 불만이 있고 분노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판결은 판결”이라며 “사법부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재판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사법부를 향해 날을 세워 오해를 살 필요가 없고, 차분히 법리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의원들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앞서 공직선거법 1심을 앞두고도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 103만 여 장을 전달했던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도 25일 위증교사 1심을 앞두고 112만 명이 참여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서를 추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