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조합원 전원이 한강 조망”
현대 “프리츠커상 수상자와 협업”
내년 1월 18일 시공사 선정
서울 강북 지역의 최대 수준 재개발 사업인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5년 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 간의 맞대결로 수주 결과가 향후 서울 강남 압구정 등 대형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이 전날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51개 동(지하 7층∼지상 22층) 2331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다. 공사비는 1조5723억 원 규모로, 3.3㎡(약 1평)당 940만 원가량이다. 공사비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2조3500억 원 수준이다. 최종 시공사는 내년 1월 1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선정된다.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내에서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구역의 한가운데 있으며 총물량의 약 35%(800여 채)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1조5695억 원)과 현대건설(1조4855억 원)은 모두 예정 공사비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하며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두 회사가 정비사업에서 맞붙은 건 2009년 경기 부천 도당 1-1구역 재개발 이후 15년 만이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맞대결은 2007년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이수힐스테이트)이다. 당시 현대건설은 부천과 동작에서 모두 수주를 따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전원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가진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한강 변에 배치된 4개 동에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의 디자인을 적용해 한강 조망권을 극대화했다. 삼성물산은 해당 디자인으로 정비사업 최초로 특허를 출원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6배 규모인 약 4만 ㎡(약 1만2000평)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도 설계에 담았다. 이는 가구당 5.03평 규모로 기존 공동주택(가구당 3평)보다 훨씬 넓은 편이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을 수주해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래미안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용산공원 남쪽에는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서쪽에는 한강로2가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이 있고, 북쪽의 남영2구역은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와 협업한 ‘디에이치 한강’을 제안했다. ‘곡선의 여왕’으로 불리는 하디드는 200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했다. 디에이치 한강은 한강의 물결과 남산의 능선을 형상화한 곡선미를 구현하기 위해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사용한다. 기존 51개 동을 29개 동으로 줄여 가구 간 조망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중대형 평형(1318채)에는 테라스 특화 평면(돌출형, 오픈형, 포켓형)을 적용한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이미 수주한 만큼 한남3·4구역을 ‘디에이치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한남3구역의 계획도로를 활용해 공사 기간과 사업비를 줄이겠다고 홍보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