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유치원 줄어드는 중국 1년 만에 中 유치원 1만5000개 증발… 고급 교육 표방한 사립유치원 직격탄 합계출산율 1.00명… 일본보다 낮아 2021년 ‘세 자녀 정책’으로 출산 독려 中 출산 보조금 등 종합대책 발표해도… 청년들 “생계비도 없어 아이 못 낳아”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창핑구에 있는 노인 요양원 건물. 이곳은 올해 초까지 유치원으로 운영됐지만 원생 감소로 유치원 폐업 뒤 건물 일부를 개조해 요양원이 들어섰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 저출산과 불황에 유치원 ‘줄폐업’
실제로 올해 중국 소셜미디어엔 유치원이 갑자기 문을 닫아 곤혹스럽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사립 유치원들은 원생이 줄어들자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등록금을 더 올리며 버텨 왔지만, 결국 재정난에 못 이겨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점심시간 전 방문한 창핑구의 공립 유치원 앞마당은 체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아이들로 가득 찼다. 베이징시 기준 국공립 유치원의 등록금은 한 달에 2000위안(약 38만 원) 안팎으로 사립보다 훨씬 저렴하다. 담장 밖에서 손녀를 지켜보던 한 노인은 “주변 (사립) 유치원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요즘 원생 수가 조금 늘었다”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매년 신입 원생이 줄어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유치원 수는 27만4400개. 전년보다 1만4808개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인 데다 2022년(5610개)에 비해 1년 만에 운영을 중단한 유치원 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장시성 잉탄(鹰潭)시와 안후이성 벙부(蚌埠)시는 유치원 수가 1년 새 각각 31.4%, 27.5%나 급감했다. 중국 전역에서 유치원에 입학한 어린이 수 자체가 지난해 기준 4090만 명으로 전년보다 535만 명(11.55%)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 “1명 낳으라”던 정부도 저출산에 당황
세부 수치를 살펴보면 더 놀랍다. 9월 통계청이 ‘유엔 세계 인구 전망’을 활용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은 지난해 1.00명으로 일본(1.21명)보다도 낮다. 조사 대상인 236개국 가운데 한국(0.72명)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해 기대 수명이 5.5세 낮다 보니 인구성장률 면에선 오히려 한국(0.07%)보다도 낮은 ―0.23%로 나타났다.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자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을 주도했던 계획생육(가족계획)협회의 역할도 180도 달라졌다. 1980년 설립된 협회는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비영리단체다. 설립 초기엔 급격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79년부터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 당시 협회가 중국 곳곳에 설치한 홍보물에는 ‘혁명을 위해 1명만 낳아라’ ‘민족 부흥을 위해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 등 다소 섬뜩한 표어들이 적혀 있었다.
자녀 3명을 둔 가족이 등장하는 올해 중국의 출산 장려 포스터. 사진 출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홈페이지
● “결혼·출산 보조금” 청년 반응은 싸늘
또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출산 및 육아 휴가와 같은 법정 의무 휴가를 철저히 보장하고, 회사별로 유연근무나 원격근무 도입을 독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를 고민해온 한국이나 일본에서 도입해온 대책들을 총망라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유모 씨(29)는 몇 년째 남자 친구와의 결혼을 미루다 내년 가을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는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유 씨는 “급여가 낮다 보니 남편과 함께 돈을 벌어도 도시에서 집세 내기조차 힘들다”며 “긴 근무 시간까지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앙정부의 대책 발표에 이어 북부 산시성에서 내놓은 출산 장려책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내년부터 35세 이하 여성이 결혼하면 1500위안(약 29만 원)을 지급하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2000위안을 추가로 준다는 내용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아이까지 낳았는데 겨우 가전제품 하나 살 돈을 준다” “한국에선 회사가 출산장려금으로 55만 위안을 준다더라”라며 장려책을 비웃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런 출산 기피 현상은 최근 중국 청년들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결혼 출산 적령기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생)’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들은 한 자녀 정책 아래 부모와 조부모의 지원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러다 보니 본인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까지 보살필 여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저출산과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연금 시스템 붕괴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임산부과 소아의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개선하고 육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정책적으로 개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