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창업자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세계최대 사모펀드 일군 M&A 대가
슈워츠먼은 블랙스톤을 통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한 장기적 투자 전략도 주도했다. 블랙스톤은 탄소 배출 감소 목표 설정, 사회적 책임 투자 등을 통해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고, 이는 사모펀드 업계가 ESG 경영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블랙스톤은 2021년에 블랙스톤이 투자한 기업에 ESG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더 많이 투자했다. 블랙스톤의 ESG 강화는 투자자들과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사회적 책임을 더함으로써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사모펀드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도와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모펀드 업계의 주요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게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 내 일부 주에서 ESG 투자에 대한 반발이 증가하고 정치적 논란이 심화하면서, 블랙스톤은 현재는 ESG 전략 추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는 종종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며, 인수한 기업에서 대규모 해고를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왔기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주로 받았다.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았던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에서 주인공인 리처드 기어가 사모펀드 경영진으로 나온다. 그는 기존 회사를 해체하고 단기적 이익만을 위해 많은 직원을 해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상투적인 사모펀드의 이미지와는 달리 슈워츠먼은 블랙스톤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주력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투자자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였고, 사모펀드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SG-사회적 책임 경영 강화 전략
우리나라에서 여러 기업 중 일반인들에게 큰 미움을 사고 오해를 받고 있는 기업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사모펀드 기업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재벌 체제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중장기적인 경영을 가능케 하는 데 반해,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획득하면 ‘단기 차익’에만 골몰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고 국가 경제에 해를 일으키는 사모펀드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재벌 체제가 불러온 부작용도 적지 않다. 반면 사모펀드 역시 순기능을 발휘하는 부분이 있기에 사모펀드 위주의 기업 지배구조도 마땅히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만경영 막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
둘째, 적대적 인수합병을 포함해 M&A 시장이 활발해지면 기업들이 방만한 경영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사모펀드는 중요한 외부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만약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을 해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아무런 시장의 조치가 없다면 경영진은 별 부담 없이 기업을 마음대로 운영할 것이다. 이때 사모펀드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기업의 경영진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로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노력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의 주가가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기업 승계를 위한 고의적 주가 낮추기가 언급된다. 기업을 승계할 무렵에 증여·상속세를 낮추기 위해서 많은 주주들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주가를 낮추는 행위 역시 M&A 시장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는 항상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들이 존재하며 서로를 보완할 때 일반적인 주주들에게 그 이득이 돌아간다. 기존 재벌 체제도 완벽하지 않듯이 사모펀드 체제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이들이 공존하여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할 때 일반 주주들에게 최대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모펀드 산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기에 초반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기업들도 존재했고 단기적 차익만을 노리던 기업들도 존재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나라 사모펀드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VIG파트너스, 미래에셋파트너스 등이 사모펀드의 순기능들을 발휘하려고 노력해 왔고 그 뒤로 다양한 사모펀드들이 설립되어 주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부디 슈워츠먼의 블랙스톤처럼 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모펀드 기업들이 성장하여, 한국의 주주들이 그토록 바라는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업’이 일어나길 바란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