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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N수생-사교육비만 늘려 놓고 “개혁 뿌리내렸다”는 교육부

입력 | 2024-11-19 23:30:00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교육분야 성과 및 행후 추진계획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4.11.19. 뉴시스


교육부는 19일 윤석열 정부 전반기 교육 분야 성과를 발표했다. 늘봄학교 도입부터 입시개혁, 대학 혁신 생태계 조성, 교육부 대전환까지 9개 교육개혁 과제의 성과가 “현장 곳곳에 뿌리내려 임기 후반기에는 국민이 체감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올해 초등 1년생을 대상으로 도입된 늘봄학교가 돌봄 부담을 덜어준 것은 사실이나 다른 정책들은 개혁과 거리가 멀거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자평이라 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특히 입시개혁과 관련해 “킬러문항 배제 정책이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려면 오지선다형 수능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 난이도 조정을 ‘교육 현장의 담대한 변화’를 끌어낼 개혁 과제로 내세운 것도 황당하지만 교육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지는 더욱 의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갑자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물수능’ 기대감에 N수생이 28년 만에 최고치인 15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삼성전자 연구개발비와 맞먹는 27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는 킬러문항 소동도 한몫했을 것이다.

킬러문항 없는 수능 2년 차인 올해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까지 더해져 N수생이 16만1700명으로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다. 지난해 입시에서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낸 고교 10곳은 올해 N수생이 고3 수험생보다 1.2배로 많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입시 경쟁이 완화되기는커녕 N수생 증가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대학 교육은 파행하고 있으며, 의대 쏠림으로 과학기술 분야는 인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입시정책의 실패이지 어떻게 성과라 할 수 있나.

교육개혁은 정부의 4대 개혁 가운데 의료개혁 다음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금과 노동 개혁은 실행은 못 했지만 방향이라도 정한 반면, 교육개혁은 제대로 된 과제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장기적인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별도로 두고 있는데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킬러문항 배제를 입시개혁이라고 추진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내년에는 고교 교육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고교학점제까지 전면 시행된다. 예정된 제도 안착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즉흥적 정책을 더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