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중국 양국과의 긴밀한 협력 의사를 밝히며 “한국에 있어 (미중)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에 대한 원론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다분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호의적 뉘앙스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간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얘기는 흔히 이전 정부에서 ‘미중 간 줄타기’니 ‘중국 눈치 보기’니 하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내놓던 일종의 항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자유 인권 같은 이념적 가치를 내걸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자유진영 연대에 집중하는 선명성 외교를 추진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며 전임 정부와 달리 이념적 지향점을 분명히 내걸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지난 정부의 친중 정책을 두고 “그래서 얻은 게 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두 개의 전쟁 조기 종결, 미중 경쟁의 격화, 북-미 직거래 등을 예고했지만 향후를 전망할 유일한 상수라면 그 예측 불가성일 것이다. 이런 초불확실성 앞에 우리 대외 정책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기조의 전환은 아니더라도 당장 외연을 넓히고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한쪽에만 몰두하느라 무시 또는 백안시했던 다른 쪽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