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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이라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에게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한 학교의 행위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트렌스젠더 학생이 수련회 참여를 제한당했다고 제기한 진정에 대해 지난달 23일 관할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학교 내 화장실, 탈의실, 기숙사, 수련회 숙박시설 등과 같은 성별분리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진정인 A 씨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다. A 씨는 지난해 수련회 참석을 앞두고 담임 교사에게 “남학생 방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학교 측은 “법적 성별이 여성이므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A 씨는 독방 사용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거절했다. A 씨는 결국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했고, 올 2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학생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학교 측이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A 씨는 교육활동에서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수련회에 A 씨 같은 성소수자 학생도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며 의무”라며 “다른 구체적인 대안 없이 법적 성별만으로 A 씨를 처우한 것은 전형적인 차별행위”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다만 구체적인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교육 당국의 일괄적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역 교육감을 대상으로 △학교 내 성별분리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 수행 어려움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상담 등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