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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광산 전문 제련소 운영… “기술 보호-광물 확보 대응 강화해야”

입력 | 2024-11-21 03:00:00


㈜한민 예산 제1공장 전경. ㈜한민 제공

‘도시광산업’은 전기·전자제품 등 폐기물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산업을 말한다. 폐기 전자제품 수거에서부터 산업 원재료로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기까지 적용되는 자원순환 시스템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은 원료 광물 확보가 가장 중요한 가운데 핵심 기술이 포함된 폐전자제품을 안전하게 폐기하고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광산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도시광산업 선구자 역할

㈜한민 설비 전경

㈜한민은 국내에서 인식이 희박하던 도시광산업을 본격 산업화한 기업이다. 김재찬 대표에 따르면 기업명 한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져왔다. 한민의 목표는 대한민국 국민이 누구나 다 아는 도시광산 전문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는 “사명엔 대한민국의 자원 독립을 위한 초석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민은 국가의 자원순환, 산업보안, 자원독립에 대한 중요성과 자원경제, 희소금속 안정 공급,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도시광산업에 진출해 해당 분야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한민 김 대표가 폐PCB(인쇄회로기판)에 눈을 뜨게 된 건 우연한 일이었다. 그는 20대 때 비철금속업에 종사하던 지인을 따라 난지도를 찾았다가 버려지는 폐PCB를 목격했다. 그 당시 폐PCB 안에 소량의 금속이 들어 있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일본으로 t당 80만 원에 수출을 시작했다. 이후 가치를 알게 되면서 미국으로 시장을 넓혔으며 t당 1000만 원 정도로 제값을 받았다고 한다.

한민이 지금의 위치를 갖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에는 도시광산 전문 제련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 제련소 건설을 시작했으며 습식 제련 기술 연구에도 부단히 집중한 결과 직접 귀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하대, 경기대와 협력하면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민은 2020년 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4년에는 800억 원, 2025년에는 약 15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자제품,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폐전자제품류의 배출도 향후 더 증가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기술이 내재된 폐반도체의 안전한 최종 폐기와 자원화를 위해 고도화된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자원 안보의 첨병 및 산업 보안의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민은 올 6월부터 충남 예산에 도시광산 전문 제련소를 가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대단한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자원 독립을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민은 2030년까지 총 12개의 금속 회수 기술을 목표로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제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인정받아 2027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매출 목표를 1조 원으로 정했다.

김 대표는 “도시광산업은 탄소중립 등 ESG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원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산업으로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자원 안보 강화해야

김 대표는 도시광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금속 재활용은 천연자원 소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자원순환, 산업 보안, 자원 독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엔 도시광산업이 대한민국의 자원 독립과 산업 보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5G 확산으로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에 포함된 희소금속 함유량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며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희소금속은 높은 전도성과 내구성으로 전자기기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되며 최신 5G 기지국에서는 바륨, 이리듐 등 희토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원 안보에 구멍이 뚫린 채 손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온다.

또한 전자 폐기물에 포함된 부품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장비 구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폐기물 관리가 허술하면 기밀 정보 유출 위험까지 있다. 도시광산업의 발전과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의 체계적 관리는 국가 자원 독립과 산업 보안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디지털 인프라 자원순환 지원’ 연구를 통해 폐기물의 정의, 시장 구조와 규모, 장비별 구성 물질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대한민국의 자원 안보 확립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민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는 충남 예산에 도시광산 전문 제련소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과감한 설비투자로 악취와 유해 물질 발생을 원천적으로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제련소 시설의 유해 물질 수치는 일반 공업단지 평균의 144분의 1 수준이다.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전자분해 공법과 분자 용해 추출 공법을 적용한 생산공정과 설비에 대한 특허 도입으로 새로운 생산 현장을 마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부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금 격차를 보전해주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시광산 활성화 위해 폐기물 관리 제도 개선을”


[인터뷰] 김재찬 ㈜한민 대표


희소금속 광산을 둘러싼 각국의 권익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도시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자원 안보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광산업은 폐기 제품 수거부터 산업 원재료로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기까지의 완전한 자원순환 시스템을 말한다. 김재찬 한민 대표(사진)는 “도시광산업이 활성화되면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소금속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으로 금속을 수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실정은 반도체 폐기물을 쓰레기로 분류하고 있어 폐기물 관리 법제화에 따른 제도 개선과 함께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정부의 자원 안보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은 국내에서 선순환될 수 있게 법제화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도시광산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술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의 ‘R2’ 인증 제도를 예로 들며 IT 기반 산업 장비들을 동원해 폐기물을 해체 및 분쇄하고 기술 유출과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중소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 채용 어려움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정부 정책과제 수행 등을 위해서는 고급 인력에 대한 급여 격차를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