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0일 자국 말라가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네덜란드와의 8강 경기에서 패하면서 테니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나달은 경기장을 찾은 9200명의 만원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말라가=AP 뉴시스
은퇴 경기를 마친 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은 이렇게 말했다. 통산 메이저 22승, 프랑스 오픈 최다승(14회) 등 굵직한 기록을 남긴 그는 ‘클레이 코트의 황제’라 불렸다. 하지만 나달은 “그저 꿈을 좇았고, 그 꿈을 이룬 소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나달은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네덜란드와의 8강전 첫 단식에 출전해 보틱 판더잔츠휠프(29·네덜란드·80위)에 0-2(4-6, 4-6)로 패했다. 이날 스페인은 2단식, 1복식에서 1-2로 졌다. 스페인이 탈락하면서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나달은 이날 치른 단식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됐다.
20일 데이비스컵 네덜란드와의 8강전 첫 번재 단식에 나선 라파엘 나달(왼쪽)이 경기에서 패한 뒤 네트 중앙으로 가 상대 선수 보틱 판더잔츠휠프와 포옹하고 있다. 말라가=AP 뉴시스
나달은 2004년 데이비스컵에 데뷔해 이번 대회까지 단, 복식 포함 32연승을 달리며 스페인의 통산 5회 우승을 도왔다. 말라가=AP 뉴시스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나달은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중에서도 정말 운이 좋았다. 삼촌(토니 나달)이 동네 테니스 코치였고 그 덕에 정말 어린 나이부터 테니스를 쳤다. 취미를 업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테니스 덕에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모두 다 행운이었다”며 “여전히 마음은 선수로 더 뛰고 싶지만 몸이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하니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작별인사를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