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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켜진다…‘양자컴 시대’ 본격화

입력 | 2024-11-20 19:04:00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퀀텀컴퓨팅센터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의 모습. IBM 제공


국내 최초로 100 큐비트(양자컴퓨터 기본 연산 단위)급 양자컴퓨터가 연대 송도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 도입됐다. 20일 언론에 공개된 양자컴퓨팅센터의 ‘IBM 퀀텀 시스템 원’은 127 큐비트로 구동되는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 설치된 IBM 양자컴퓨터 중에는 최고 성능으로,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5번째다. 최근 구글 등 빅테크들도 선점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경쟁에 한국도 뛰어든 셈이다.


●2¹²⁷번의 연산 동시에 가능

이날 공개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은 커다란 원통 안에 들어있었다. 원통 안에는 양자 컴퓨터 하면 떠오르는 샹들리에 모양의 본체가 들어있다. 성인 남성 키 만한 거대한 장비이지만 실제 큐비트가 작동하는 칩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작다. 양자컴퓨터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려면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머지 공간과 장비는 영하 273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내부에는 샹들리에 모양의 양자컴퓨터 본체가 들어 있다. IBM 제공


통상 슈퍼컴퓨터보다 나은 성능을 보이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를 100개 정도로 본다. 그간 클라우드(가상서버)를 통해 해외 양자컴을 활용해야 했던 국내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연대의 양자컴 도입을 크게 반기고 있다. 정재호 연대 양자사업단장은 “127 큐비트는 2¹²⁷번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컴퓨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5000개→200개, 신약 후보 추려내

우주, 에너지, 금융 등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지만, 연대 양자컴퓨팅센터의 1순위는 바이오다. 센터가 위치한 송도국제도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을 포함해 여러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신약 개발의 경우 무수한 후보물질의 물성, 독성, 인체 내 상호작용 등 다양한 변수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양자컴을 이용하면 5000여 개에 달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200개 정도로 크게 추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약 개발은 양자컴퓨터의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손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전 세계 양자컴퓨터 신약 개발 시장이 2023년 6억300만 달러(약 8378억 원)에서 2032년에는 48억1000만 달러(약 6조6839억 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프랑스 바이오 기업 큐비트 파마슈티컬스와 협력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를 넘어 양자컴퓨팅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여러 협력 방안을 고심 중이다.

IBM과 함께 양자컴퓨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신약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모더나, 노보노디스크,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양자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