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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내년 의대 선발에 “‘0명’ 뽑자” “미세 조정해야” 요구

입력 | 2024-11-20 15:25:00

정부 “일부 조정도 불가”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1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11. 뉴시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마무리되고 다음 달 13일까지 진행되는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를 3주 가량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내년도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입시를 전면 중지하고 ‘0명’을 뽑아야 한다는 요구부터 미세조정이나 정시 선발인원 조정을 통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복귀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수시 3118명, 정시 1492명 등 총 4610명이다.

먼저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전면 정지’를 주장하며 가장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7대 요구안’에 포함된 의대 증원 백지화를 넘어 기존 정원 3058명까지도 뽑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19일 CBS 라디오에 나와 “올해 의대 신입생이 내년에 돌아오면 2025학년도에 원래 정원인 3000여 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수시전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보니 이를 전면 취소할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구성과 운영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18. 뉴시스


한편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탄핵 이후 새로 의협을 이끌게 된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입학을 정지시키거나 증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형욱 위원장은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입학을 정지시키거나 (증원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단 위원장이 주장하는 입학 정지를 언급하긴 했지만 증원을 인정하더라도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쪽에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수시에서 미충원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거나 정시 예비합격자를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일부 조정을 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시전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원서 접수 전인 정시전형 인원을 조정하자는 의견이 강하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와 의료계가 모여 합의한다면 정시 정원을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에도 “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워낙 중요하고, 법적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 원칙에 비춰보면 의료계 주장은 정부로서는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일부 조정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또 “정부가 법을 어겨가면서 어떻게 특정 집단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느냐. 그 부분을 계속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해 설명하고 있다”고도 했다.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의 경우 상당수 대학의 모집요강에 “이월할 수 있다”는 정도로 나와 있어 의무 규정이 아닌 만큼 대학이 판단해 이월을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의무 규정이 아니긴 하지만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월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월을 하지 않을 경우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