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상무장관에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자 억만장자인 하워드 러트닉(63)을 지명하면서 글로벌 산업계가 우려했던 ‘관세 폭풍’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트닉은 앞서 9월 CNBC 인터뷰에서 “관세는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며 “우리는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대표적인 강경파 인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대(對)중국 고율 관세 전략 수립과 집행에서 앞으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트닉은 향후 관세와 무역 어젠다를 주도하는 한편 대외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에도 직접 책임을 갖게 된다. 이에 이번 인선을 시작으로 근 시일 내에 미국 정부 주도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 상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의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있는 재고를 미국으로 옮기는 등 관련 움직임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신발 소매업체 스티브 매든의 에드워드 로젠펠트 최고경영자(CEO)는 미 대선 직후 “중국에서 상품을 더 빨리 빼내야 할 잠재적 시나리오를 계획해 왔으며 어제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 조달한 상품의 비율이 더 빨리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유통업체 월풀도 중국에서 주로 들여오는 전자레인지의 가격 인상을 우려했으며 세제와 구강제품을 생산하는 처치 앤 드와이트도 일부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 이후 수출의 대미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 기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미국 관세 인상 시나리오별 여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수입 관세율이나 미·중 상호 관세율이 트럼프 당선인 언급대로 60%로 부과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미·중 상호 관세율 60%, 모든 교역 수입 관세율 10% 가정) 경제 성장률은 ―1.14%포인트까지 떨어지고, 고용도 31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다.
이미 4대 그룹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100조 원 이상 투자한 상황에서 향후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방침이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이란 ‘당근’을 줬다면 트럼프는 보편 관세가 가능하다는 ‘채찍’으로 이를 더욱 강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전략은 한국의 미국 수출에는 부정적, 미국에 이미 나가 있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법인세 혜택, 무관세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미 수출액 1위 품목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맞물려 가장 직격탄을 맞는 분야가 됐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자동차 업종을 대표적인 무역 불균형 사례로 보고 FTA 이후 무관세 적용을 받던 자동차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려 했던 바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