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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의존도 낮추는 현대모비스… 해외 수주 확대·수익성 개선 박차

입력 | 2024-11-20 15:37:00

현대모비스 첫 ‘CEO 인베스터데이’ 개최
수익성 중점 중장기 성장 전략·방향성 발표
‘50주년’ 2027년까지 매출 연평균 8%·영업이익률 5~6% 제시
그룹사 의존도↓… “2033년까지 해외 비중 40% 달성”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부품 2026년 양산 목표
주주환원 강화… 자사주 소각 등 3년 4조 규모 추진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사업체질 개선에 나선다.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8% 매출 성장과 5~6% 수준 영업이익률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2033년까지는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 고객 비중을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룹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성장에 맞춰 주주환원정책도 균형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총주주환원율(TSR)을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현대모비스는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페어몬트호텔에서 ‘2024 CEO 인베스터데이(CEO Investor Day)’를 개최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현대모비스 중장기 성장 방향성과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기업설명회가 아닌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CEO가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2019년)나 기아(2020년)보다는 4~5년가량 늦었다. 이날 이규석 대표와 함께 악셀 마슈카 영업부문 부사장과 김선섭 전동화·모듈부(BU) 부사장, 정수경 전장BU 부사장, 이병훈 섀시안전BU 전무, 박철홍 반도체사업담당 전무, 박기태 재경부문 전무, 손찬모 서비스부품BU 전무, 박정훈 램프BU 상무, 이의섭 IR담당 상무 등이 발표자 및 패널로 나서 각 부서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공유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7년까지 매출 年 8%↑·영업이익률 5~6%… “2033년 글로벌 톱3 도약”
경영실적의 경우 창사 50주년을 맞는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 8%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5~6% 수준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내세웠다. 외연 성장을 견인한 매출 규모의 지속적인 상승을 유지하면서 다소 불안정한 수치를 보였던 영업이익률을 본 궤도에 올려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실현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해당 경영실적 목표가 전동화와 전장사업 중심의 핵심부품 매출 증가와 그룹사 이외 글로벌 완성차 대상 매출 비중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가까운 시점에 해외 완성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부품에 대한 신규 수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단행한 대규모 투자 사업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투자회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이 본격화돼 수익성에 기반한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해외 완성차를 대상으로 하는 매출 비중이 40% 수준까지 확대된 2033년에는 글로벌 톱3 부품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성장에 맞춰 주주환원도 구체화했다. 현재 20% 수준인 TSR을 향후 3년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TSR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환원율을 말한다. 이 일환으로 현대모비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시주식을 3년에 걸쳐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265만20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약 6600억 원 규모다.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3개년에 걸친 현대모비스의 주주환원 규모는 약 3조9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규석 사장은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 투자로 잠시 정체를 경험했지만 이제 수익성에 기반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며 “매출과 이익의 안정적인 동반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춰 기업가치를 글로벌 위상에 맞게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 참석한 경영진.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왼쪽 3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SDV 전환·EREV·보급형 구동계 개발 추진… 고부가 제품 중심 시장 지배력↑
기술경쟁력 확보 방안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 전략에 맞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제시했다. 각종 이슈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근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동화와 전장, 섀시안전 등 모든 영역에서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 기술 및 제품으로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보급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강조했다.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EREV의 경우 그룹사 전략에 발맞춰 구동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설계하고 글로벌 수주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EREV 기술은 현재 설계검증 및 평가를 앞두고 있고 오는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차 수요 정체기(캐즘) 이후를 대비한 계획도 공유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시스템의 안정성을 한층 강화하면서 전동화 구동 시스템 라인업 확대를 병행한다. 새로운 구동 시스템은 보급형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다. 120kW급 보급형 구동 시스템을 내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해당 시스템은 유럽과 인도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보급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은 현행 전기차 주력인 160kW급 대비 약 70% 수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형 전기차용 250kW급 구동 시스템이 개발 완료 단계에 진입했고 고급 완성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전장 분야에서는 SDV에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통합 제어 플랫폼과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모비스는 디스플레이부터 사운드시스템, IVI 통합 제어기 등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혁신기술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현재 북미 전기차 업체와 협력해 현대모비스의 첫 SDV 소프트웨어 플랫폼 ‘비전 링크’ 콘셉트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SDV 전환에 대해서는 테슬라와 비교되면서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 년 동안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SDV를 강조해왔지만 최신 전기차인 기아 EV3조차도 아직까지 SDV 기능은 제한되는 수준이다. 리콜을 예를 들면 테슬라는 10여 년 전부터 리콜 이슈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해왔다. 반면 현대차나 기아 최신 모델들은 아직까지도 리콜을 받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SDV를 기반으로 구독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SDV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여기고 있는 회사 측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넷플릭스 등 일상에서 구독료를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구독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는 줄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구독은 여전히 부담되고 불편한 서비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OTT부터 가전까지 구독 서비스가 너무 많아지면서 월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도 SDV 전환 과정에서 해소해야 하는 과제라는 의견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

사업 역량을 충분히 축적한 섀시·안전 분야에서는 기계 장치를 전기 신호로 대체하는 전자식 제동 시스템(EMB)과 전자식 조향장치(SBW)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차세대 솔루션 시장에서 선도 사업자로 도약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규석 사장은 “이러한 경쟁력 강화에 기반해 2030년 글로벌 섀시·안전분야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급난 이슈가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서는 팹리스(설계 전문)를 중심으로 독자 설계 역량을 집중 강화해 시스템 제어 품질을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수익성 강화 방안으로는 제품 라인업을 고부가 제품 위주로 재편하고 수주부터 양산까지 단계별 수익성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