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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전 러 진군 늦춰라” 美가 대인지뢰 승인한 이유

입력 | 2024-11-20 21:3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 대 일 TV 토론을 하고 있다. 2024.06.28.애틀랜타=AP/뉴시스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하는 긴급 조치의 하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제공을 결정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이 같이 진단했다. 17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 조치만으론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 무기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남은 두 달간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요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우크라이나에 최소 2억7500만 달러(약 3840억 원) 상당의 신규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되고,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도 핵 교리 개정 등을 앞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확전의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 대인지뢰, 우크라 동부 격전지에 매설될 듯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152㎜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도네츠크=AP 뉴시스


WP 등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거센 진격으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설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전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며 최근 몇 달 동안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보했다.

20일 영국 BBC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소셜미디어 영상과 병력 이동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군은 2700km²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점령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465km²)의 약 6배다. 특히 올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남서부의 쿠르스크주로 침투한 뒤인 9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두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새로 점령한 면적만 1000km²에 달한다.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대인지뢰 매설로 조금이라도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측, 바이든에 “긴장 더 악화”

사진 출처 뉴시스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핵비보유국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새로운 핵 교리를 승인했다. 미국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 핵보유국 미국, 영국, 프랑스에 대한 위협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속 빈 강정’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핵 위협을 강조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핵 위협을 단순 엄포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모듈형 이동식 대피소의 대량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에 “긴장이 한층 더 악화됐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 긴장감 고조된 키이우, 미러 핫라인 가동 중단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미국 국무부는 “잠재적인 대규모 공습 정보를 입수했다”며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미 대사관을 임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몇시간 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습 경보를 발령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현지 대사관들도 임시 폐쇄에 들어갔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간 긴급한 소통을 위해 설치된 ‘핫라인’이 가동 중단된 것도 우려를 키운다. 2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는지 묻는 타스통신 기자에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마련된 핫라인은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1년 9·11테러 같은 주요 위기 사태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러 정상간 전화 통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