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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서 보면서 통화… 보이스피싱 잡아주는 ‘익시오’

입력 | 2024-11-21 03:00:00

목소리 듣지 않고도 전화 가능
AI가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온디바이스로 구현해 보안 강점
기종 확대, 이용자 확보가 관건




“오늘 세미나 잊지 않았지? 언제 도착해?”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 직장인 무리에 둘러싸여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기자에게 동료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열차는 덜컹거렸고 온갖 소음으로 가득했다. 평소였다면 통화를 포기했을 것이다.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은 LG유플러스의 인공지능(AI) 통화비서 ‘익시오’였다.

‘보이는 전화’ 버튼을 누르자 AI가 즉석에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보여줬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도 눈으로 문맥을 파악해 답할 수 있었다. 무사히 대화를 마치자 익시오는 세미나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할 것을 제안했다.

LG유플러스가 7일 공식 출시한 AI 통화비서 ‘익시오’를 18일 직접 체험해 봤다.

가장 핵심 기능은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다.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범죄 위험을 경고해 주는 기술이다.

보이스피싱 상황을 가정해 시험해 봤다. 지인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서 수사관인데 불법 개설 계좌가 발급됐으니 주민등록번호를 달라’고 말하자 익시오는 즉시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입니다’라고 음성으로 알렸다. 상대방에게 들리지 않는 음성 경고다. 단말기 화면에는 빨간색 경고등 표시와 함께 보이스피싱 위험 알림도 나타났다.

기존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이 사전에 등록된 문구나 스팸 번호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면, 익시오는 AI가 실시간으로 통화 내용을 문장 단위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에는 딥페이크 음성 탐지 기술을 탑재한다는 것이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최근 딥페이크 음성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등장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범죄에 취약한 고령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화 대신 받기’는 AI가 대신 전화를 받는 기능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거나 받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답변은 전속 모델 배우 차은우가 대신한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 해당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전화를 대신 받은 차은우입니다. 지금은 통화가 어려워 저에게 용건을 말씀해 주시면 전달해 드릴게요”라는 안내 음성이 전달되고 차은우가 대화를 이어간다.

다만 실용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용자가 ‘자세히’, ‘잠시 후’, ‘이름 요청’ 등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려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단 통화를 시작하면 답변을 위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를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샤워할 때처럼 스마트폰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셈이다.

그럼에도 익시오는 아이폰 유저들의 통화녹음 기능에 대한 갈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아이폰의 통화녹음 기능 부재는 소비자에게 아이폰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애플도 최근 자체 앱 내에서 통화 녹음이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통화 녹음 전 상대방에게 ‘녹음이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고지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녹음뿐만 아니라 통화 내용 요약 등 부수적인 기능까지 갖춘 익시오는 기능 대부분을 온디바이스(기기 내장) 환경에서 구현한 만큼 음성 데이터가 서버를 거치지 않아 보안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다만 사용 가능한 기종이 한정적인 것은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다. 익시오는 현재 애플 아이폰 14 시리즈 이후 모델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폰에는 적용이 안 된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연내 아이폰 12 시리즈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 공개될 갤럭시 시리즈에 맞춰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