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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옥탑방 첫 전수조사… “취약계층 주거 사각지대 해소”

입력 | 2024-11-21 03:00:00

통계청 2024 가구주택기초조사
27일까지… 전자조사 시스템 개선
결과 토대로 내년 인구주택총조사
1925년 첫 인구 센서스 후 100년
“과거-현재-미래 잇는 다리 역할”



이형일 통계청장(가운데)이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조사원들과 가구주택기초조사를 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의정부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2명이 사망했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대책 마련을 위한 기본 토대가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침수나 화재 등에 취약한 반지하는 전국에 32만7000가구로 ‘추정’된다. 표본의 20%를 대상으로 조사해 시군구 단위까지만 작성되는 통계다. 읍면동 구석구석 어느 곳에 주거 취약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청이 올해 처음으로 반지하와 옥탑 등 주거 취약 시설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통계청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2024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1925년 처음 시작돼 내년에 100년을 맞이할 ‘인구주택총조사’ 및 ‘농림어업총조사’의 정확한 조사구(통계조사 단위 구역) 설정과 표본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 급변하는 조사 환경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

2014년 처음 실시돼 올해로 세 번째인 가구주택기초조사는 전국의 거처 및 가구에 관한 기초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4·9연도’에 5년 주기로 진행된다. ‘거처’는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를, ‘가구’는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뜻한다.

조사 항목은 주소, 빈집 여부, 옥탑 및 반지하 여부, 총 방 개수 등 14개다. 통계청이 주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진행하며 공무원 1300여 명과 조사원 8000여 명이 20일간 약 1600만 가구와 전국 모든 거처의 기초 정보를 수집한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반지하와 옥탑 현황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거처 내 옥탑 및 반지하 유무와 거주 여부를 파악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 취약 계층의 주거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주택기초조사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유 주택 등 거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의 거처도 매년 증가세다. 2000년 0.8%였던 주택 이외 거처 비중이 2020년에는 5.6%까지 늘었을 정도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의식 강화로 현장 조사의 어려움도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우선 불필요한 현장 조사를 줄여 조사 부담을 최소화했다. 준공 5년 이상 30년 미만인 아파트는 도면이나 행정자료만으로도 현황 파악이 가능한 만큼 현장 조사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 시스템도 개선했다. 항목 간 검사 기능을 탑재해 조사원이 현장에서 파악한 내용을 태블릿PC에 입력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게 됐다.

● 내년 인구 센서스 100년… “선진국 도약 밑거름”

이렇게 완성된 가구주택기초조사 자료는 내년에 실시될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 활용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0·5연도’에 5년 주기로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추출해 이뤄진다. 이때 모든 거처와 가구가 표본을 추출하는 틀에 포함될 수 있도록 1년 앞서서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내년은 1925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 센서스(Census·총조사)’가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센서스는 특정 시점에 한 국가 또는 일정한 지역의 모든 사람과 가구, 거처와 관련된 인구·경제학적, 사회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제공하는 전(全)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 통계적 목적의 첫 인구 센서스는 1925년 이뤄진 간이국세조사다. 1949년에는 명칭을 변경해 ‘총인구조사’가 실시됐고 1955년 같은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장래 인구 추계가 진행됐다.

국가의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한 토대가 되는 인구 센서스의 중요성은 75년 전부터 이미 강조되고 있었다. 1949년 5월 1일 동아일보 사설에는 “5·1 인구조사는 우리의 경제적 독립의 초석을 포석하는 것이니 민국에 생을 향유한 자는 수모(誰某·아무개)를 막론하고 참가 협조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산업이 부흥하느냐는 것은 오늘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성적 여하에 의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자원의 활용 및 배분, 경제 발전 목표 등이 세워지는 만큼 정확한 통계 산출을 위한 응답을 독려한 것이다.

최근에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국가의 굵직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전략’ 구상이나 주택 보급 규모 및 속도를 추산해 마련하는 ‘주택공급계획’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5년마다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에 어떤 변화를 거쳤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문맹률이 높았던 1970년대에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한글을 읽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고 1980년대에는 대도시로의 인구 밀집에 따른 교통 문제가 조사 항목에 담겼다. 2000년부터는 자동차 보유 여부를, 2020년 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물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센서스 자료가 밑거름 역할을 했다”며 “내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센서스 100년 성과를 평가·기념하고 ‘앞으로의 100년’ 설계를 위한 센서스의 역할과 방향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